공정위, 김치·와인 '강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검찰 고발
공정위, 김치·와인 '강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검찰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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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시스·메르뱅·흥국생명 등 19개 계열사 과징금 22억
횡령·배임 등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받던 중 '황제 보석' 논란에 휩싸여 재수감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횡령·배임 등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받던 중 '황제 보석' 논란에 휩싸여 재수감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올해 2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계열사를 동원해 김치와 와인을 대량 구매하게 지시한 후 수십억원의 이익을 챙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태광그룹의 총수 일가 사익편취 혐의로 이 전 회장과 김기유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거래에 참여한 티시스·메르뱅·흥국생명 등 19개 계열사도 과징금 21억8000만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앞서 공정위는 전원회의에서 태광그룹의 총수 일가 사익편취 행위를 심의했으나 '정상가격 산정내용을 보완해야 한다'며 결정을 유보, 재심사명령을 내린 바 있다. 정상가격이란 기업이 일감 몰아주기 행위 대상 제품을 얼마나 비싸기 사들였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가격이다.

공정위 조사결과 이 전 회장은 지난 2012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경영기획실을 통해 사실상 그룹을 통괄하면서 총수 일가 지분이 100%인 휘슬링락CC가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자 2013년 시스템통합계열사인 티시스에 합병시켰다. 티시스도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휘슬링락CC를 합병한 티시스의 실적이 악화하자 이 전 회장은 김기유 경영기획실장에 지시해 김치 거래를 통해 실적 개선을 계획했다.

김 실장은 2014년 강원도 홍천군에 있는 영농조합에 김치 제조를 위탁해 김치를 대량생산한 후 계열사에 김치 단가를 10kg당 19만원으로 정하고 구매 수량까지 할당해 강매했다.

이 김치 가격은 kg당 CJ '비비고 김치' 6500원, 대상 '깔끔시원 김장김치' 6100원 보다 약 3배 가까이 비싸다. 당시 영업이익률도 식품업계 평균 영업이익률 3~5%의 비해 11.2~14.4배에 달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태광 계열사는 김치를 직원 복리후생비와 판촉비 등 회사비용으로 구매해 직원에게 급여 명목으로 지급했다. 또 계열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내 직원전용사이트를 만들어 김치만 살 수 있는 김치 구매 포인트를 인당 19만 점(19만원)을 제공한 후 임직원 의사와 관계없이 김치를 배송했다.

이 과정에서 임직원 동의 없이 주소를 휘슬링락CC에 제공했다. 이들 계열사들이 휘슬링락CC로부터 구매한 김치는 총 512.6t, 95억5000만원에 달한다. 휘슬링락CC가 거둬들인 약26억원 상당의 이익은 이 전 회장과 총수일가에 배당 등으로 지급됐다.

와인을 취급하는 메르뱅을 통해서도 사익편취가 이뤄졌다. 김 실장은 2014년 메르뱅이 취급하는 와인을 임직원 명절 선물로 지급하도록 지시했다. 계열사는 일사불란하게 사별 임직원 선물 지급기준을 개정하고 복리후생비 등 회사 비용으로 와인을 구매해 임직원에게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들은 와인 가격 등 거래조건에 대한 합리적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 비교 절차도 없었다. 계열사들이 메르뱅으로부터 구매한 와인은 총 46억원에 달한다. 여기서 얻은 약 8억원의 이익은 총수일가에 급여 형태로 지급됐다.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메르뱅의 경우 총수 일가 사익편취 금지 규제가 도입된 후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의 거래를 제재했다는데 중대한 의미가 있다"며 "티시스와 메르뱅 모두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라는 점에서 일감몰아주기를 이용해 기업가치를 높인 후 지배력 확대와 경영권 승계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티시스가 지난해 4월 인적 분할해 설립된 티알엔은 총수 일가 지분이 이 전 회장 51.8%, 아들 이현준 39.4%로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해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이 전 회장은 올해 2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두 번째 파기 환송심에서 206억원의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공식적인 의결서를 받지 못했다. 의결서를 받은 후 적절한 대응을 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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