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보상금에 금리인하 가능성까지···'집값 상승' 복병 등장
토지보상금에 금리인하 가능성까지···'집값 상승' 복병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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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은 총재, '금리인하' 가능성 시사
내년까지 수도권서 40조 토지보상금 풀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올해 초까지만 해도 경기 비관론이 우세했던 부동산 시장에서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동안 견고한 입장을 보였던 한국은행이 금리인하의 여지를 열면서다.

여기에 3기 신도시 사업을 위한 주택·토지 보상 절차가 이르면 연내 시작될 경우 수십조원대의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며 집값 상승에 힘을 보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지난 12일 열린 '한국은행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다. 이 총재는 이 자리에서 "최근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 전개 추이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금리인하 필요성에 대해 "아직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으나, '적절한 대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상황에 따라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같은 입장 변화는 4월 경상수지가 7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고, 통관기준 6월 수출도 7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는 등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들이 부진한 수치를 보인데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5일 발표된 4월 경상수지는 6억6480만달러 적자로, 2012년 4월 이후 처음 '마이너스'를 나타냈으며 관세청이 내놓은 통계에선 수출액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103억 달러를 기록, 지난해 12월부터 감소세가 이어졌다.  

예상치 못한 금리인하 가능성은 부동산 시장에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금리가 인하될 경우 주택담보대출 증가와 시장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아직까진 금리인하 이슈가 부동산 상승세를 이끌기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모양새다. 

여경희 부동산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금리의 영향력이 퇴색되면서 사람들이 체감하는 부동산 시장에서의 영향이 크지 않다"면서도 "시장이 좋아지는 분위기를 보이면 금리인하가 매수심리를 자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 하반기부터 풀릴 예정인 수십조원의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 역시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부동산개발정보 플랫폼 지존에 따르면 올 하반기 17곳의 수도권 사업지구(10.6㎢)에서 토지보상이 예정됐다. 

이곳에서만 9조282억원의 토지보상금이 풀릴 예정인데, 서울에서도 4300억원 규모의 보상이 이뤄진다. 2020년까지 범위를 넓힐 경우 수도권 곳곳에서 풀리는 토지보상금은 최소 40조원 이상에 달한다. 

정부는 대토보상제도(현금 대신 사업지구 내 토지로 보상)를 통해 집값 상승을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나, 원주민 비율이 높은 사업지구에선 효과가 제한적이거나 '대토보상리츠'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 간접적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대토보상리츠란 토지로 보상을 받은 다음, 이를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에 투자하는 개념이다.

이렇듯 잇따라 나오는 복병에 투자심리와 유동성 증가가 맞물리면서 분위기 반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대토보상을 확대해 유동성을 줄인다는 정부의 계획과 달리 토지보상금이 주택시장으로 흘러들어간다면 추격 매수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 인하, 토지보상금 이슈가 집값 상승세로 직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여전히 강남권을 제외한 지역에선 주택 구매력이 떨어져 있고, 강화된 대출규제가 지속되는 한 추세 반등이 어렵다는 얘기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현 정부의 규제기조가 부동산 시장을 누르고 있기 때문에 집값 반등을 논하기엔 아직 조심스럽다"면서 "최근 급매물 소화로 인한 집값 상승세도 매물이 소화되고 나면 호가 중심으로만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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