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뉴스] 박정림 KB證 사장의 '여풍당당' 발걸음
[CEO&뉴스] 박정림 KB證 사장의 '여풍당당'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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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림 KB증권 사장(사진=KB증권)
박정림 KB증권 사장(사진=KB증권)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하나의 KB증권을 위해 수평적 조직 문화를 정립하고,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 고객으로부터 깊이 신뢰받는 KB증권이 되도록 하자. 대표이사라는 도화지에 다양한 붓과 물감으로 훌륭한 KB증권을 만들 수 있도록 멋진 그림을 그려달라."

국내 최초 여성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박정림 KB증권 사장이 지난 1월 취임식에서 밝힌 포부다. 혁신을 통한 '고객 중심 경영'을 기치로 삼은 그가 반 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내놓은 괄목할 성과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KB금융지주·은행·증권 간 시너지를 이끌어내면서 일각의 우려 불씨를 여풍(女風)으로 잠재웠다는 평가다.

예상대로 '자산관리(WM) 전문가'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올 1분기 현재 KB증권의 WM상품 자산 규모는 23조4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말(20조4000억원) 이후 한 분기 만에 14.7%(3조원) 증가했다. 동시에 지난 2016년 합병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1년간 증가 규모가 5조2000억원임을 감안하면 뚜렷한 성과다. 다른 대형사인 미래에셋대우(2.2%)와 NH투자증권(8%)보다 현격히 높다. 같은 대형 은행 계열사인 신한금융투자(4.9%)의 성장률을 3배 웃돈다. 이러한 추세면 신한금융투자의 WM자산(27조9000억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KB증권이 숙원해 온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시장에도 본격 진출하면서 WM 자산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로부터 발행어음 인가를 받아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에 이은 '3호 사업자'가 된 KB증권은 올해 2조원 규모의 발행어음 판매 목표를 수립했다. 

박 사장은 2012년 KB국민은행에서 WM본부장을 지낸 데 이어 2017년부터 KB금융지주 WM 총괄 부사장을 맡아 그룹 계열사의 WM을 진두지휘했다. 통합 KB증권 직후부터 지주·은행·증권 3개 회사 직급을 겸직한 만큼, 사장 취임 후 조직의 협업과 화합을 이끌며 그룹 시너지를 극대화했다는 평이다.

이전부터 KB증권을 무난히 이끌 적임자로 점쳐졌던 박 사장이지만, 일각에선 은행 출신인 점을 두고 우려가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간 다수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지만, 증권업무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취약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에서였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기우였음이 증명되고 있다. 

박 사장은 KB금융그룹의 WM사업 수준을 높이 끌어올린 공을 인정 받으며 고속 승진해 금융권을 둘러싼 두꺼운 유리천장을 차례차례 깨부수었다. 앞으로는 '은행 출신 증권사 여성 CEO'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인생 34년, '여풍당당'한 그의 발걸음에 업계는 자못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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