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외환銀 인수> 토종은행 사라진다
<론스타 외환銀 인수> 토종은행 사라진다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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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인수자격 놓고 여론 양분...금감위
外人, 6개 대형銀 실질적 주인...국내자본 역차별 이슈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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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성격을 부여하지 말라 vs 돈이면 다 똑같은 돈인가’

27일 외환은행이 결국 우선협상대상자인 미국계 펀드인 론스타에 1천4백억원에 매각됐다. 론스타가 지분 51%를 인수, 새주인이 된 것이다.
론스타의 국내은행 인수는 두번의 실패끝에 세번째 도전에서 성공한 것.

▲ 매각내용 = 론스타는 외환은행이 발행하는 주당 4000원에 신주 1조750억원어치를 인수하고, 코메르츠은행과 수출입은행 지분 가운데 우선주 3866만6000천주와 2623만6000천주를 각각 주당 5400원, 총 3084억원에 매입한다.

외환은행 지분구조는 론스타가 51%를 획득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고, 코메르츠방크 14.75% 수출입은행 14%, 한국은행 6.18% 기타 소액주주 14.07% 등으로 구성된다.

매각조건에 풋백옵션은 들어 있지 않으며 일반적인 매매계약에 적용되는 소송 등에 대한 보상조항만 포함됐다.

▲ 매각에 대한 상반된 시각 = 이번 매각에 대해 여론은 극명하게 갈라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금융기관이 아닌 외국계 투자펀드가 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있는가의 여부. 매각 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론스타의 인수자격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어리석다는 주장과 은행의 민영화 대상자가 모두 외국계 투기펀드에 집중되는 것은 국내 금융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다.

금감위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자격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었다. 현행 은행법은 외국인이 국내 은행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고자 할 경우 그 대상을 일정규모 이상의 총자산과 높은 국제적 신인도를 보유한 금융주력자로 한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부실금융기관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요건을 갖추지 않더라도 승인할 수 있다는 예외규정 또한 두고 있다. 금감위는 이 예외규정을 통해 인수자격을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제일은행의 실패 사례와 함께 논란이 일 경우 컨소시엄 구성 등의 우회적인 방법을 동원할 수도 있다.

▲ 토종은행 사라지나 = 한미•제일은행에 이어 외환은행마저 외국계 펀드에 넘어가게 되면 그야말로 토종은행 全無시대에 한 발 더 성큼 다가서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빅4 은행 모두 토종은행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사정은 다르다. 국민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은 8월 1일 종가 기준 69.33%로 거의 70%에 육박하고 있다. 9.33%의 지분을 보유한 정부가 대주주이긴 하지만 국민은행은 국내•외 하이브리드채권 발행으로 연내 이를 흡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실질 대주주는 골드만삭스(5.13%)와 ING(3.87%)인 셈.

조흥은행을 인수한 신한지주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지분율 46.5%에 BNP파리바(4%), 시티은행(4.64%) 등이 실질적인 대주주로 등재돼 있다. 하나은행 역시 예보 지분율(21.66%)을 제외하면 알리안츠(8.16%)와 IFC(4.37%)가 대주주가 된다. 국내 유일하게 토종다운 토종은행으로 간주할 수 있는 우리금융은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에 따라 예보가 86.8%의 지분을 보유한 기형적인 형태로 아직까지 남아 있다. 자국을 상징하는 1∼2개의 글로벌은행을 보유한 선진국들과는 달리 국내 7대 민간일반은행 중 한국을 대표하는 은행이 있다고 보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따른다.

▲ 은행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 시중은행들이 내심 가장 바라는 주주 형태는 국내 여러 기관들이 균형 있게, 안정적으로 지분을 보유해 주는 것이다. 외국인이 독식하는 것도, 정부가 대주주인 상황도 달갑지 않다는 것. 독립경영이 어느 정도 보장된 상황에서 대주주 구성은 국내 몇 개의 안정적 기관이 참여하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산업자본의 금융산업 진출을 제한하고 있는 현 제도 하에서 은행의 지분을 다량 보유할 수 있는 기관으로는 외국자본이 유일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재벌의 금융지배를 막기 위한 정부의 각종 장치들이 오히려 외국자본의 은행지배를 유도한다는 국내자본 ‘역차별설’ 또한 강한 설득력을 얻어 가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국가의 정책적 산업육성 차원에서 토종은행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정부는 고려해야 한다”며 “칼라일이나 뉴브리지 등 외국 펀드자본이 들어와서 우리나라 금융산업 발전에 무엇을, 또 얼마나 어떻게 기여했는지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노조 또한 지난 1일 성명서를 통해 “투기자본의 무분별한 이윤추구 활동에 대한 사회적 통제방안이 확립돼야 한다”며 “국민경제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서는 금융산업의 공공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펀드 운용 이래 론스타가 금융사를 인수•운용한 경험은 거의 전무하다. 부실채권이나 부동산을 헐값에 매입해 가치를 높인 후 되판 경험은 풍부하지만 금융사 인수는 지난 2001년 지점 56개, 직원 1천400여명에 불과한 일본 도쿄쇼와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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