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홈쇼핑vsT커머스, '황금채널 잡자' 자존심 싸움
TV홈쇼핑vsT커머스, '황금채널 잡자' 자존심 싸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료방송 사업자, S·A·B·C등급 나눠 협상···20% 넘는 송출수수료, 결국 소비자가 부담
CJ오쇼핑, 현대홈쇼핑, GS홈쇼핑, 롯데홈쇼핑(왼쪽부터 시계방향)의 한 IPTV 방송 화면.
CJ오쇼핑, 현대홈쇼핑, GS홈쇼핑, 롯데홈쇼핑(왼쪽부터 시계방향)의 IPTV 방송 화면.

[서울파이낸스 박지수 기자] TV홈쇼핑과 T커머스 업계가 '황금 채널'을 차지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황금 채널은 앞뒤로 지상파 방송이 포진한 번호를 가리킨다. TV홈쇼핑과 T커머스는 '몇 번'에서 방송하느냐에 따라 1년 실적이 달라지는 만큼 황금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힘을 쏟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13일 TV홈쇼핑과 T커머스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12일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한 인터넷TV(IPTV) 사업자 KT(올레TV)가 채널 변경 입찰을 했는데, 송출수수료가 최대 20%가량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송출수수료란 방송 송출 대가로 유료방송 사업자들에게 지급하는 돈이다.

이번 KT의 채널 개편 단행으로 롯데홈쇼핑은 12일부터 올레tv 4번에서 방송을 내보낸다. 4번이었던 SK스토아는 17번으로 옮겼다. 20번이었던 K쇼핑은 2번으로, 2번이었던 신세계TV쇼핑은 20번으로 맞바꿨다. 나머지는 채널 변동이 없다.

올레tv는 가입자 686만명을 확보해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21.1%를 차지하고 있는 IPTV업계 1위 사업자로, 가장 먼저 송출수수료 협상에 나선다. KT에서 형성된 가격대를 기준으로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사업자와 계약이 이어진다.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는 통상 방송 채널을 S·A·B·C 4개 등급으로 나눠 송출수수료 협상을 벌인 뒤 편성 여부를 결정한다. 

S급은 앞뒤로 지상파 채널이 포진한 번호, A급은 20번 이내 종합편성채널을 비롯한 인기 채널 사이다. B급은 인기 채널 사이를 제외한 20번 이내, C급은 그 외 20번 밖 채널이다. 

더 많은 송출수수료를 써낸 사업자가 번호를 차지하는 일종의 비공개 입찰 방식이다. 송출수수료 차이는 등급에 따라 최소 수십억원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유료방송은 연 평균 1회 채널을 개편한다. 

그동안 TV홈쇼핑 업계는 지상파 번호와 인접한 4·6·8·10·12번 등 S급 번호를 차지하기 위해 힘을 기울였다.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높은 지상파 사이에 자리를 잡고 다른 채널로 이동하는 시청자를 잡는 이른바 '재핑 효과'를 노린 것이다. 

채널 번호와 매출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지난해 4번에서 30번 채널로 밀려났던 롯데홈쇼핑은 매출 9087억원, 영업이익 99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7년 매출 9247억원, 영업이익 1125억원에 비해 다소 줄어든 수치다.

이번에 롯데홈쇼핑은 4번을 되찾기 위해 300억원이 넘는 송출수수료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CJ오쇼핑을 밀어내고 올레TV 4번을 차지했던 SK스토아가 300억원가량 송출수수료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SK스토아가 4번 채널을 차지한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고 보고 있다. SK스토아는 T커머스 시장 후발주자로 업계에 큰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4번 채널을 차지한 이후 올해 1분기 매출 399억원을 기록하며 T커머스 업계 1위에 올라섰다. 2번에 자리한 신세계쇼핑도 지난해 매출 1296억원을 기록하며 2017년보다 63% 늘었다.

TV홈쇼핑과 T커머스 간 채널 확보 경쟁이 격화되면서 유료방송에 지불하는 송출수수료도 치솟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집계 결과, 2017년 국내 7대 TV홈쇼핑(GS·현대·롯데·NS·공영홈쇼핑, CJ오쇼핑, 홈앤쇼핑)이 지불한 송출 수수료는 총 1조4093억원에 이른다. 이는 2012년(8702억원)에 비해 약 50% 늘어난 수치다. 업계에선 송출수수료가 영업이익의 2배 이상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과도한 송출수수료가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송출수수료가 높아지면 판매수수료도 오른다. TV홈쇼핑은 케이블TV와 IPTV 등 플랫폼 사업자 채널을 이용해 상품을 판다. 상품공급업체로부터 판매수수료를 받고 플랫폼 사업자에 송출수수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결국 납품업체와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셈이다.

홈쇼핑 업계 한 관계자는 "황금 채널에 대한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는 편"이라면서도 "채널을 넘길 때마다 시청률과 매출 영향이 있기 때문에 황금 채널을 사수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