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통화정책, 경제변화에 적절히 대응"···금리인하 시사
이주열 "통화정책, 경제변화에 적절히 대응"···금리인하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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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역 위축 가능성 커졌고, 반도체 경기회복 예상보다 늦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5주년을 맞은 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 전환 깜빡이를 켰다. 향후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며 '금리인하'로 한 발짝 더 다가가는 모습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 하반기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부담도 던 가운데,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 필요성을 어느정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12일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 "최근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 전개추이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이를 위해서는 대외 여건 변화에 따른 시나리오별 정책운용 전략을 수립해 적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가계부채, 자본유출입 등 금융안정 리스크 요인도 함께 고려해 나가겠다"고 부연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1.50%에서 1.75%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올해 상반기에 4차례 열린 회의에서 모두 '동결'을 택했다. 이 총재는 금리인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모두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현 금리 수준도 충분히 완화적으로 본 데다, 올해 경제 성장률이 예상했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인 만큼 금리를 내릴 이유도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경제 패권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으로 치달으면서, 한국경제가 유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국내 경제 성장을 견인해 온 반도체와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크게 낮아지고 있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의 5월 수출은 전년동월 대비 9.4% 감소하면서 6개월 연속 역성장했다.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수출액도 1년 전과 비교해 16.6% 줄면서 감소세를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총재가 향후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대표적 변수로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를 꼽은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면서 세계교역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도체 경기의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소지도 있다”, “특정산업 중심의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로서는 이같은 불확실성 요인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성장이 영향받을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지난 4월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0.4% 역성장에 이어 4월 6억6000만달러 경상수지 적자 발표가 나면서 이 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주요 IB들의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 평균 전망치는 기존 2.5%에서 2.3%까지 낮아진 상태다. 

때문에 이날 발언은 한은이 금리인하의 가능성을 열어두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념사에 나온 '상황 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응'은 기존에 없던 표현이다. 상황이 더 나빠질 경우, 즉 경기회복이 더딜 경우 금리를 내려 경기부양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리를 낮추면 저렴한 융자·대출 혜택을 누리려는 기업과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지출이 늘고, 경제 전반의 자금 거래가 확대돼 경기 부양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미 연준의 향후 금리 행보가 한은의 통화정책 운용에서 고려해야 할 주요 변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부담은 던 상태다. 금융시장에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올 하반기 더 금리인하 가능성은 기정사실화 된 상황이다. 다만 한은 안팎에서는 이날 이 총재의 발언이 당장 3분기(7~8월중) 금리인하를 검토하겠다는 의미라기 보단,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4분기(10~11월) 인하를 검토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4분기 중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10월 17일과 11월 29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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