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ESS 화재원인, 배터리 보호시스템 문제"···제조사로 '불똥'?
[초점] "ESS 화재원인, 배터리 보호시스템 문제"···제조사로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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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위 "모의 실험에서는 화재없어"
배터리 제조사 책임 논란 불거질 듯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지난 2017년 8월부터 전국에서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는 배터리 보호시스템 결함과 관리부실, 설치 부주의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배터리 셀 결함에 대해서는 모의 실험에서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특정 조건에서 화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가 약 5개월에 걸쳐 조사한 내용과 안전강화 대책을 공개했다. 올해 1월 출범한 조사위는 ESS 분야의 학계, 연구소, 시험인증기관, 정부 등 전문가 19명으로 구성됐다. 그동안 국내 ESS 화재 현장 23곳에서 조사와 자료분석, 76개 항목의 시험·실증 등을 실시했다.

민관조사위는 △배터리 보호시스템 미흡 △운용관리 부실 △설치 부주의 △통합관리체계 부족 등 4가지를 직·간접 화재원인으로 꼽았다. 일부 배터리셀의 제조상 결함도 발견됐지만 실증 시험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결함이 있는 배터리가 가혹한 조건에서 장기간 사용될 시 화재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 조사위 설명이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조사위에 따르면 과전압·과전류가 배터리 시스템에 유입될 때 배터리 보호체계인 '랙 퓨즈'가 빠르게 단락(전기 양단이 접촉해 과다한 전류가 흐르는 현상) 전류를 차단하지 못했다. 이에 절연 성능이 저하된 '직류접촉기'가 폭발했고, 배터리 보호장치 내 '버스바(구리로 된 판으로 일종의 전선 역할)'와 보호장치 외함에서 2차 단락 사고가 발생하면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시험 결과가 나왔다. 

운영 관리 미흡도 화재 원인으로 지목됐다. 산지 및 해안가에 설치된 ESS의 경우 큰 일교차로 인한 결로와 먼지 등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서 운영되고 있다. 배터리 모듈 내 결로의 생성과 건조가 반복되면서 먼지가 눌러 붙고 이로 인해 셀과 모듈 외함 간 접지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외 배터리 보관불량, 오결선 등 ESS 설치 부주의와 ESS가 통합된 시스템으로 설계·보호되지 못했던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일부 배터리 셀에서 결함이 발견된 부분에 대해서는 조사위는 명확한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 조사위는 다수의 사고가 동일공장의 비슷한 시기에 생산된 배터리가 사용된 사실을 확인하고 생산 과정의 결함을 확인하기 위해 셀 해체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1개 업체의 일부 셀에서 극판접힘과 절단불량, 활물질 코팅 불량 등 제조 결함을 확인했다. 

그러나 극판접힘과 절단불량을 모사한 셀을 제작해 충·방전 반복시험을 180회 이상 수행했지만 발화로 이어질 수 있는 셀 내부의 단락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조결함이 있는 상황에서 배터리 충·방전 범위가 넓고 만충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경우 자체 내부단락으로 인한 화재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화재원인을 토대로 ESS 제조·설치·운영 단계의 안전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우선 오는 8월부터 배터리 셀은 안전인증을 통해 생산공정상의 셀 결함발생 등을 예방하고, 배터리 시스템은 안전확인 품목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또 전력변환장치(PCS)는 올해 말까지 안전확인 용량범위를 현행 100kW에서 1MW로 높이고, 2021년까지 2MW로 확대키로 했다.

전기산업진흥회와 스마트그리드협회, 전지산업협회 등 민간이 자율적으로 협력해 배터리시스템 보호장치 성능사항과 ESS 통합관리 기준 등을 올해 내 단체표준에 추가할 예정이다. 

ESS 설치기준도 강화한다. 옥내설치의 경우 용량을 총 600kWh로 제한하고 옥외에 설치하는 경우 별도 전용건물 내 설치토록 규정한다. 누전차단장치, 과전압보호장치, 과전류보호장치 등 전기적 충격에 대한 보호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고 배터리실 온도·습도 및 분진 관리는 제조자가 권장하는 범위 내에서 관리되도록 기준을 설정할 계획이다.

정기 점검 주기도 현행 4년에서 1∼2년으로 단축하고, 전기안전공사와 관련업체가 공동점검을 실시한다. 설비의 임의 개조·교체에 대한 특별점검을 수시 실시하고 미신고 사업장에 대해서 처벌하는 규정도 마련한다. 아울러 ESS를 특정소방대상물로 지정해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ESS에 특화된 화재안전기준을 올해 9월까지 제정한다. 

지난해 말 기준 1490개 ESS 가운데 522개가 현재 가동 정지된 상태다. 정부는 재가동을 위해 'ESS안전관리위원회'를 설치해 사업장에 맞는 안전조치를 취하고 이행을 점검할 예정이다. 가동을 자발적으로 중단한 곳은 해당 기간만큼 요금할인 혜택도 연장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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