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양자택일 강요받는 '삼성·SK하이닉스'
미·중 무역전쟁, 양자택일 강요받는 '삼성·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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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기술 냉전 시대 열려···"韓 경제 험난한 파고 직면"
삼성전자 서초사옥(왼쪽)과 SK하이닉스 이천공장.(사진=서울파이낸스 DB)
삼성전자 서초사옥(왼쪽)과 SK하이닉스 이천공장.(사진=서울파이낸스 DB)

[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미국과 무역전쟁 중인 중국의 노골적인 편 가르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대 희생양이 될 조짐이다. 말 그대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신세에 처할 위기다.

10일 외신과 전자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기술 대기업을 불러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중 압박에 협조하면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지난 5일 해리 해리슨 주한 미국대사가 국내 기업에 '중국 화웨이 장비를 쓰지말라'고 요구한 데 따른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만일 이들 기업이 미국의 눈치를 보고 화웨이 제재에 동참한다면 매출 타격은 불 보듯 뻔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중국에서 각각 전체 매출의 18%와 39%를 벌어들일 정도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게다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3사는 지난해 5월부터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으로부터 가격 담합 혐의로 반독점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 3사의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95%가 넘는데 독과점적 지위를 남용해 제품을 고가에 팔았다는 의혹이 조사 대상이다.

과징금 규모가 최대 1조원을 넘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난무하고 있어 무역전쟁 양상에 따라 반독점 조사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이들 기업이 거대 시장인 중국 편에 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미국과 거래에서 손해는 물론 한·미 동생 자체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일부 관련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일각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와 같이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껴서 피해를 보는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고도 우려한다.

정치권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기술 냉전 시대가 열렸다고 우려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 고위 당정청회의에서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됐다. 미·중을 합친 무역의존도가 40% 후반에 이르는 한국 경제의 험난한 파고를 예상케 한다"고 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에서 '미국과 중국 양쪽에 깊이 기대어 있는 우리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 되고 있는 것"이라며 "미·중 무역 전쟁이 한국을 덮치고 있는 형국"이라고 우려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전쟁은 글로벌 경기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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