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비판과 증오의 차이
[홍승희 칼럼] 비판과 증오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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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유람선을 함께 탔던 한국인 관광객 33명과 헝가리인 승무원 2명이 유람선 침몰로 생존자 7명 외엔 사망 혹은 아직도 실종상태인 사고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가슴 아픈 일이다. 정부는 많은 한국인이 희생된 이 사고 수습을 위해 긴급대응팀을 현지로 급파하는 등 발 빠른 대처를 해 과거 세월호 참사 당시와 비교되기도 한다.

물론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가 나름대로 긴급 상황에 대처할 시스템을 갖추었다고는 하나 지리적으로 먼 나라에서 벌어진 사고이다 보니 아무리 발 빠르게 대응했음에도 불구하고 희생자를 줄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사고가 난 다뉴브강을 공유하고 있는 이웃 국가들의 협조까지 끌어내는 외교적 역량과 가능한 신속하게 긴급대응팀을 파견한 정부 대처는 나무랄 데 없었다.

문제는 그런 정부의 노력을 비웃으며 희생자들에게까지 서슴없이 모욕을 가하는 SNS상의 이유 모를 증오다. 우리 사회의 이런 류의 증오가 오직 사회적 불만과 증오심 때문에 무자비한 살인을 저지르는 범죄와 그리 다를 게 없다는 점에서 가슴 서늘하다.

정부를 향해 '시체팔이'라는 비판도 황당하지만 희생자를 '어묵'에 비유하는 글도 있다하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이 정도는 그냥 사회적 부적응자들의 뒤틀린 행패라고 봐야 하나 싶지만, 그 바탕에 깔린 것이 사회적 이슈를 향한 무작위적 증오 표출로 보여 더 심각해진다.

그런데 이런 증오심은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막말 행진과 그 행태가 흡사해 한국 사회의 미래를 더 염려하게 만든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그야말로 막말 퍼레이드가 벌어지는 듯하다. 그런 막말을 야당의 고유권한이기라도 한 듯 연이어 쏟아내는 제1야당의 모습에 보수층에서도 적잖은 이들이 아연실색한다.

막말을 쏟아내는 자유한국당은 비판과 증오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의심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자신들이 여당이던 시절 야당의 비판에 몸서리를 쳤었고, 그래서 야당이 된 지금 자신들이 여당을 그렇게 압박하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비판과 증오는 엄연히 다르다. 막말을 질색하는 이유는 일단 사회적 품위를 떨어뜨리기 때문이지만 그보다 그 막말의 바탕에 깔린 것은 비판이 아니라 증오이기 때문이다.

비판은 기본적으로 품위를 지켜감으로써 스스로의 말에 대중적 설득력을 얻는다. 그러나 증오는 품위 대신 거친 막말을 쏟아내게 만들어 대중을 설득하기보다 고립적 소수 지지층을 결집시키며 사회적 분열을 부를 뿐이다.

개개인의 증오도 개인미디어가 발달한 현대에 와서는 사회적 영향력을 빠르게 키워가지만 그보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정치인들의 증오가 여과 과정 없이 막말로 쏟아지면 그 파장은 훨씬 심각하게 사회를 분열시키며 사회적 증오를 확대시킨다.

물론 야당은 여당을 비판함으로써 스스로의 차별화를 통해 대중적 지지기반을 확보해 나가며 정부의 독주를 예방하는 순기능을 갖고 있다. 비판없는 야당은 스스로 그 존재의미를 상실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당이 지지자들을 끌어 모으는 행위는 굳이 비난할 이유가 없다. 당연한 일이니까. 그러나 그 바탕에 증오가 깔려있고 극단적인 막말로 사회적 분열을 획책한다면 적어도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공당의 모습은 아니다.

갈등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그 갈등을 풀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갈등상황을 악화시켜 자기 지지층을 결속시키려는 의도가 문제다. 갈등의 원인과 해법에 대한 의견은 서로 다를 수 있고, 그 때문에 서로 다른 정당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서로 다른 의견들을 표현하는 방식은 적어도 정치권이라면 국민적 영향력을 감안해서 품위있고 논리적으로 다듬어진 언어로 세상에 내놓아야 한다.

공인이 아닌 연예인들조차 그들의 말과 행동이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종종 사회적 비판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하물며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고 또 국민 세금으로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이나 혹은 국회진출을 준비하는 정치인이라면 더 자신의 말과 행동이 사회 전체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스스로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 모르는 정치인이라면 정말 의원소환제라도 도입해 가르쳐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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