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어야 산다?'···시선 끄는 증권사 보고서 제목 '눈길'
'튀어야 산다?'···시선 끄는 증권사 보고서 제목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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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패러디·소설 등 이색 제목 잇따라 투자자 주목↑···"지지부진 증시 환기 역할"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최근 증권가에 이색적 제목의 보고서가 속속 등장하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영화나 소설과 유사한 작명으로, 보수적 성격이 짙었던 기존의 정형화된 틀에서 탈피한 모습이다. 이러한 보고서의 출현은 장기간 지루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증시 분위기를 어느 정도 환기시킨다는 평가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 '트노스의 End Game'가 증권가에서 주목을 받았다. 여기서 '트노스'는 영화 '어벤저스; 엔드게임'에 등장하는 악당 캐릭터 '타노스'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합성한 이름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 '트노스의 End Game'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 '트노스의 End Game'

허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게시한 글 하나로 금융시장을 5개월 전으로 되돌려놨다는 점에서 타노스에 비유할 수 있다"며 보고서 제목 작명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경기 침체보다는 아시아 공급사슬(Supply Chain)의 변화와 연준 정책에 대한 압박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제언했다.

전날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6개의 보고서를 냈다. 제목은 '같이 걸을까'(실리콘웍스), '너와는 미래가 보여'(덕산네오룩스), '기다릴 수 있어'(원익IPS) 등으로, 여타 보고서와 현저히 달랐다. 하나같이 소설이나 영화에 나올 만한 제목이라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업황 호조에 따른 실적 개선, 합병에 따른 시너지 등 기대감을 두 세 마디에 담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연구원은 이날 현재 에프엔가이드에서 최근 한 주간 가장 많이 검색된 연구원 2위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보고서가 전날 올라온 것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이 그의 보고서를 하루 만에 집중적으로 조회한 셈이다.

이 연구원은 "기업의 특색이 명료하면서 확실히 표현될 만한 제목을 고민했다"며 "그렇다고 호기심을 유발하거나 주목도에 방점을 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접 작성한 보고서가 많이 조회되고 읽히니, 기업을 분석·전달하는 입장에서 뿌듯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기사에서도 제목의 중요성이 크게 강조되듯, 보고서에서도 참신한 제목이 더욱 관심을 끄는 것 같다"면서 "증권업계가 보수적이고 딱딱하다는 항간의 이미지가 여전한데, 일부 증권사에서의 이 같은 시도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가령, '가벼워보일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이 존재할 수는 있겠지만, 내용 면에서 알차다면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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