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판자촌 '구룡마을' 개발 본궤도···서울시 vs 주민 '갈등 심화'
강남 판자촌 '구룡마을' 개발 본궤도···서울시 vs 주민 '갈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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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적절한 보상 없는 강제 집행 용납 할 수 없다"
서울시 "무주택·무허가 주민, 임대 아파트 제공이 원칙"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입구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입구에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사진= 박성준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개발이 본궤도에 오른다. 서울시는 6월 사업실시계획 인가를 내고 본격적인 보상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다만 주민들은 적절한 보상없이 나갈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오는 7월까지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의 계획을 승인하고 본격적인 사업진행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시행을 맡아 구룡마을 일대 26만6304㎡의 부지에 2692세대(임대 1107세대 포함)의 아파트를 짓는다. 기간은 오는 2020년 12월31일까지다.

구룡마을은 지난 1980년대 서울 구도심개발, 아시안게임 및 올림픽을 진행하면서 개포동 일대 개발사업에 밀려 집을 잃었던 철거민들과 사업에 실패해 갈 곳을 잃은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형성된 판자촌이다. 서울시에서는 현재 약 700여세대 정도가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구성원 대부분은 노인들이며, 가건물·천막 등 무허가 건축물에 거주해 오고 있다.

열약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와 강남구청은 지난 2011년 처음 개발논의를 시작했지만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다가 2016년 공공 주도의 100% 수용·사용 방식으로 개발하는 것에 뜻을 모으고 실거주민들을 위한 임대아파트도 함께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서울시가 사업계획을 본격화한다고 발표했지만 일정대로 진행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개발방식은 물론 이주 및 재정착 방안을 두고 토지주 및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룡마을 주민들은 3~4곳의 조직으로 나눠져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공통적으로는 '분양권'을 포함해 토지개발로 발생하는 이익을 주민들에게 돌아올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구룡마을자치회는 △개발지연에 따른 선이주민 임대료 저감 및 면제요청 △5년 분양전환 임대아파트 공급 △현실적인 건물보상금 책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서울시가 지난 세월동안 구룡마을을 방치·외면해 왔으며, '내 집'에서 살 수 있도록 돕는 개발이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귀범 구룡마을 주민자치회장은 "80년대 개발사업으로 쫓겨난 철거민들에게 전기, 수도 등 일절 공급해주지도 않고 30년간 방치했다"며 "그런 서울시에서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빌미로, 공영사업의 미명 아래 주민들을 내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민영이든, 공영이든 상관없이 수십년 구룡마을에서 실거주를 위해 생계를 꾸려온 주민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또는 민간으로 조합권을 부여받아 우리가 자체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구룡마을에서 살아온 50대 초반 이 모씨는 "가진 것 하나 없이 들어와 매일매일 일용직을 전전하며 내 집을 꾸려왔는데, 최소한 그에 상응하는 보상은 받아야 하지 않겠나"면서 "하지만 보상비로 내세운다는 것이 집을 철거해서 발생하는 철거쓰레기가 몇 톤이 나오는가로 책정하고 있다"면서 울분을 표했다.

토지주들도 수용 방식의 공영 개발은 보상이 시세에 훨씬 못미치기 때문에 민간 개발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내 길가 한 편으로 버려진 쓰레기들이 쌓여 있다. (사진= 박성준 기자)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내 길가 한 편으로 쓰레기들이 쌓여 있다. (사진= 박성준 기자)

이에 대해 서울시는 "전혀 가능성 없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이상구 서울시 도시재생실 도시활성화과 도시개발팀장은 "100% 수용·사용 방식으로 이미 결정이 됐고, 이에 대한 보상은 일반적으로 감정평가를 통해 현금보상을 하게 돼 있다"면서 "택지로 보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기는 있지만, 사업 전체를 토지주가 진행하겠다는 것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집을 짓는데 열약한 녹지였던 해당 지역을 준주거나 일반주거, 상업지역으로 바꿔주고, 사업권 자체를 민간에게 넘긴다는 것은 굉장한 특혜라는 것이 서울시 측의 설명이다. 현재 서울시에서 진행 중인 13곳의 도시개발사업 중 민간에게 사업권을 넘겨주는 개발방식은 한 번도 없었다는 것도 강조했다.

그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무주택자 주민 분들을 위해 국민임대아파트를 제공한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SH공사에서도 국민임대주택 공급하겠다는 기조에는 변화가 없지만, 주민들을 더 나은 환경에 '재정착'시킨다는 의도에 부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강호동 SH공사 홍보부 차장은 "관련 법령상 국민임대 거주자에 대한 자격은 자산과 소득을 모두 확인해서 기준을 초과하게 되면 명도를 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구룡마을 주민들의 경우 '재정착'이라는 의미를 보호하기 위해 명도시키지 않고, 소득·자산 증가시 임대료 할증을 붙이고 강제로 퇴거시키지는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SH공사는 서울시의 실시계획 승인에 앞서 구룡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그간의 경과, 진행 절차, 보상계획 등에 대한 설명회를 가질 계획이다. SH공사 관계자는 "주민 대상 개발계획에 대한 설명회를 이달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아직 확실한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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