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 '금융 데이터 개방' 선언···신용정보법 개정 '험난'
[뉴스톡톡] '금융 데이터 개방' 선언···신용정보법 개정 '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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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신용정보법 누더기 개정 되면 거래소 활용도↓"
정치권 일각, 개인 신용정보 기업의 상업적 이용 반대도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 데이터 개방 관련 행사에 참여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최근 금융위원회는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될 데이터 생태계 조성을 위해 '금융 빅데이터'를 개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신용정보원이 보유하고 있는 약 4000만명의 신용정보 중 5%(200만명)를 무작위로 뽑아 누군지 알 수 없도록 비식별화한 뒤 상품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겁니다.

당장은 금융데이터만 개방하지만 향후에는 '데이터 거래소'를 설립해 공공기관·통신사·민간 기업에 저장된 개인정보를 통합해 금융회사는 물론 핀테크 업체, 민간기업에까지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습니다.

현실화된다면 우리 생활은 크게 바뀔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금융거래가 부족한 대학생 A씨가 급전이 필요할 때 지금은 2금융권이나 대부업체에서 고금리로 돈을 빌릴 수밖에 없습니다. 1금융권인 은행에서는 리스크 부담 때문에 대출을 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통신정보를 결합하게 되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A씨의 동선 정보를 활용해 A씨의 생활패턴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A씨가 매일 오전 7시에 일어나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한 뒤, 수업을 마치고 오후 4시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는 패턴을 보인다면 그의 신용도는 훨씬 높게 평가받을 수 있을 겁니다.

개인 뿐만 아니라 기업에 대한 분석도 가능해집니다. 지역과 업종에 대한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기업대출 규모와 그에 따른 연체율 수준, 유동인구 정보, 카드매출 등을 분석해 창업을 준비하거나 사업 확장을 원하는 기업·소상공인에게 종합적인 컨설팅을 해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신용정보법'이 개정돼야 합니다. 현행 법은 개인 정보 공개와 유통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회에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본회의 통과만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지난 3일 열린 빅데이터 인프라 오픈 행사에 국회 정무위원회 여야 의원들이 참석하는 등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오히려 여당 내부에서 일부 반발 기류가 있다는 점입니다. 일부 의원들은 개인의 금융권 데이터를 기업이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단골 이슈인 보안에 대한 문제도 제기됩니다.

결국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반대급부로 이들이 원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아야 할 겁니다. 앞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그랬듯 말입니다.

인터넷은행법은 정보통신기술(ICT)기업에 대해 인터넷은행 지분을 최대 34%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해주는 법입니다. 법이 통과될 당시 기업의 사금고화를 우려했던 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회사는 향후 5년간 인터넷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함께 담았습니다.

산업계에서는 사실상 공정거래법을 피할 수 있는 기업이 거의 없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케이뱅크의 KT가 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금융위의 대주주적격성 심사에서 발목 잡혀 자본을 투입할 길이 막히는 배경이 됐습니다. 케이뱅크는 현재 자본부족으로 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도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때문에 케이뱅크와 같은 길을 걸을 뻔 했습니다.

때문에 국회의 지나친 우려로 금융혁신이 더뎌진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심지어 국회 파행으로 관련 법안 통과도 요원합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권에서는 빅데이터 개방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제대로 될까?' 하는 의문부터 품습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여야의 공감대가 형성 됐다고는 하지만 일부 의원들의 반발 때문에 신용정보법 개정안도 누더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결국 시스템을 만들어두고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꼬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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