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7년 만에 끊긴 경상수지 흑자행진···의미·향후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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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부진·배당 영향···"'계절요인' 빼면 33.6억달러 흑자"
정부·한은·전문가 "5월에는 흑자 전환할 것" 한 목소리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경상수지 흑자행진이 7년 만에 막을 내렸다. 계절적 요인으로 해외 투자자에 대한 배당금 지급이 4월 집중되면서 서비스·본원수지·이전소득수지 적자규모가 상품수지 흑자규모를 상회한 탓으로 풀이된다. 경상수지 적자는 올 1분기 흑자 규모가 줄어들면서 어느정도 예고된 상황으로, 5월에는 흑자로 반등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이 적자기조가 꾸준히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가운데 수출 중심의 구조적 한계를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한은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6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012년 4월(1억4000만달러 적자) 이후 84개월만이다. 2015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83개월 연속 흑자행진이 멈춘 것이다.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 4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이 줄면서 경상수지에서 적자가 났었다.

경상수지는 상품·서비스 수출입으로 발생하는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 급여·배당·이자 등에서 비롯되는 본원소득수지, 그리고 이전소득수지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단가 하락으로 상품수지의 흑자폭이 줄어든 게 경상수지 적자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4월 외국인 배당이 집중, 본원소득수지가 큰 적자를 내면서 그간 흑자행진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19년 4월 국제수지(잠정) 기자 설명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19년 4월 국제수지(잠정) 기자 설명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당지급 역대 3위 "일시적 요인 커" = 4월 상품수지 흑자규모는 전년동월 96억2000만달러에서 56억7000만달러로 축소됐다. 수출이 전년동월 515억1000만달러에서 4월 483억달러로 6.2% 감소한 영향이다. 수출은 전년동월 기준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도체 단가 하락, 세계 교역량 부진이 주된 원인이다. 1∼4월 누적으로는 1858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 줄었다. 수입도 426억3000만달러로 전년동월(418억9000만달러) 대비 1.8% 늘어나는데 그쳤다. 유가 등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 기계류 수입 감소세 둔화, 가전제품 등 소비재 수입 증가에 따른 것이다.

서비스수지 적자규모는 여행 및 운송수지 개선으로 전년동월 19억8000만달러에서 14억3000만달러로 축소됐다. 2016년 12월(6억6000달러 적자) 이후 28개월 만에 최소 적자다. 서비스수지 구성항목 중 여행·운송수지가 개선된 영향이다. 중국인·일본인을 중심으로 한 입국자수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여행수지 적자가 전년동월 11억1000만달러에서 6억8000만달러로 줄어든 데다 여행수입의 경우 전년동월 13억9000만달러에서 17억달러로 늘었다. 이는 2014년 11월(17억1000만달러) 이후 53개월 만에 최대치다. 반면 우리나라 국민의 해외여행(출국자)이 줄면서 여행지급은 23억7000만달러로 둔화하는 모습이었다.

상품수지 흑자폭이 축소되고 서비스수지 적자가 계속된 가운데 급료, 임금과 배당, 이자 등을 가리키는 본원소득수지가 큰폭의 적자를 내면서 4월 경상수지 적자로 이어졌다. 본원소득수지는 43억3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의 배당시즌과 겹친 결과다. 배당소득수지는 49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역대 3번째 규모인데, 1번째는 2018년 4월, 2번째는 2017년 4월이었다. 채권·대출 등 이자소득수지는 7억5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이자소득수입은 17억2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이자소득지급은 9억7000만달러로 사상 2번째 규모였다.

◆수출 중심 韓 경제 탈피해야 하지만··· = 정부와 한은은 외국인 배당금 지급이 4월에 집중돼 일시적인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이 높다고 누누히 강조해왔다. 지난달말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특이 요인으로 경상수지 흐름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전체 흑자 기조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4월 적자 가능성을 애둘러 암시했다. 경상수지가 계절별 특성에 따라 기복이 심한 만큼 연간 경상수지 흐름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5월에는 경상수지가 흑자를 나타낼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며 "지난 4월과 같은 계절적 요인의 50억달러 규모 배당지급 유인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배당시즌이 돌아오는 '계절성'을 제거하고 계산하면 4월에도 33억6000만달러 흑자였다는 설명이다. 민간에서도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더라도 일시적일 것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이영화 교보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수출입 규모와 비교해 볼 때 올 상반기 30억~40억 달러 정도의 소폭의 적자는 연간 수출의 1% 정도 수준으로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며 "우리경제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장기간 지속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소폭의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균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경제안정을 저해하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다만 신흥국들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기준에서 경상수지 흑자 유지가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만큼, 경계감을 낮춰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수출은 가파르게 둔화하고 있고 반도체 업황의 개선 기미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1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도 뚜렷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경상수치 흑자폭이 예상보다 많이 줄어들 수 있고, 이에 따라 우리경제에 대해 외국인들을 중심으로 비관론이 우세해질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수출 중심의 경제라는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무역흑자폭이 줄어들고 있는 것을 보면 수출은 계속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며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벗어나야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표=한국은행
표=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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