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리포트] "안전이 최우선"···건설현장 안전관리, 어디까지 왔나
[SF리포트] "안전이 최우선"···건설현장 안전관리,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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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신축아파트 공사현장. 근로자가 팔토시를 낀 채로 현장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의 한 신축아파트 공사현장. 근로자가 안전모를 착용한 채로 현장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정부가 안전관리 부실로 사고를 유발하는 기업에 대해 '무관용 철퇴'를 선언하자, 건설사들이 '안전한 현장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에는 관련 법규를 지키는 정도였다면 최근에는 현장 관리자들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체험공간 마련부터 안전관리자 정규직 비율 늘리기에 나서는 분위기다. 다만 현장에 여전히 만연한 안전불감증과 정부의 부실한 지원책은 숙제로 꼽힌다.

◇ 안전체험으로 '경각심 UP'…안전체험관 줄줄이 개관 

건설업계가 건설현장 사고를 줄이기 위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가상현실(VR) 시스템을 적용한 '안전체험관'이다. 실제 건설현장을 본떠 만든 공간을 통해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한 행동 변화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대림산업은 지난 1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대림교육연구원 부지 내에 안전체험학교를 마련해 현장 시공 관리자와 본사 직원 등이 건설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추락과 전도 상황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지상 2층, 연면적 1173㎡ 규모, 총 19개의 교육 및 체험 시설로 구성됐는데, 공사현장에서 쓰는 다양한 가설물과 장비, 더 나아가 실감나는 체험을 위해 VR 장비도 들여놨다. 

삼성물산은 지난 2015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삼성물산 건설기술원에서 300여 평 규모의 '세이프티 아카데미'를 개관했다. 이 곳은 응급처치와 화재 대피 등의 체험교육장 4개와 3D 가상체험이 가능한 입체영상관 등 안전체험교육장으로 구성됐으며, 실제 건설현장에서 촬영한 3D 입체영상을 통해 가상현실 훈련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다른 대형건설사들도 이미 안전체험관을 운영 중이다. GS건설은 지난 2006년부터 안전혁신학교를 운영 중이고, 대우건설도 2015년부터 안전체험실습장인 안전느낌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안전문화체험관 개관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아무리 현장 관리와 교육을 강화해도 근로자들 개인이 준수를 하지 않는다면 소용없는 일"이라면서 "때문에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안전의식 고취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 대형건설사, 안전관리자 '정규직화' 추진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는 몇몇 건설사들이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던 안전관리자의 정규직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 고용시장의 체질개선에 나선 것.

안전관리자는 현장에서 안전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지만, 그간 상당수가 비정규직으로 고용돼 현장에서 입김도 통하지 않을 뿐더러 책임감 결여로 안전사고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규직화에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대림산업과 삼성물산이다. 대림산업은 안전관리자 정규직 비율을 2017년 말 기준 14.4%에서 지난해 말 51%까지 높였으며, 삼성물산은 2017년 상반기 말 기준 58% 안팎인 안전관리자 정규직 비율을 2020년까지 70% 수준으로 확대키로 했다. 

이 밖에 타 건설사들은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정규직 비율을 높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불안정한 지위 탓에 비정규직 안전관리자는 현장 안전 문제 관련해 시정 요구가 어렵다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정규직화를 추진 중"이라며 "이로 인해 회사에 대한 기여도와 책임감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건설업계가 현장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은 자발적인 측면도 있지만 정부당국이 공사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추락사고 예방에 '칼'을 빼든 것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오는 2022년까지 건설현장 사망사고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힌 데 이어 최근엔 전국 공사장을 대상으로 특별점검과 집중감독에 돌입했다. 점검 결과, 안전관리가 미흡하거나 위법행위가 적발된 건설현장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공사중지 및 영업정지, 벌점ㆍ과태료 부과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엄중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 전문가들 "근본적인 해결책 필요, 정부 지원은 필수"

하지만 일각에선 아직도 '수박 겉핥기'식의 안전관리가 여전하다고 꼬집는다. 안전체험관의 경우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예방 차원'일 뿐더러 안전부문의 정규직화는 전문 안전관리자 채용이 아닌 대부분 건설사가 사내 인력을 안전관리직으로 돌리는 등의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험정도가 심각해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이 내려진 건설공사장도 570여 곳에 달해 안전불감증 역시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2월18일부터 4월19일까지 전국 사회기반시설 등 16만1588곳을 대상으로 국가안전대진단을 벌인 결과,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 대상은 건설현장이 575곳으로 가장 많았다. 

추락사고 사망자도 △2015년 257명 △2016년 281명 △2017년 276명 △2018년 290명 등으로 해마다 느는 추세다. 여기에 타워크레인 관련 사고까지 더하면 관련법규 위반 건수와 사망자수는 더욱 늘어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건설업계의 현장 정규직·안전투자 비율 증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단,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건설사들의 안전분야 정규직 전환 사례가 점차 늘고 있지만 아직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지식과 경험을 갖춘 안전관리자의 고용이 필요하다"며 "안전투자 비율도 높여 사고발생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의 안전관리 강화 노력에도 정부의 지원없이 채찍만 가해진다면 '사망사고 줄이기'의 속도는 빨라질 수 없다"면서 "정규직 비율 증가만 요구할 게 아니라 시스템비계 설치 비용을 지원하는 '건설업 클린지원 사업'과 같은 지원책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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