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성장판 닫힌 바이오株···'인보사 사태' 파장 언제까지?
[초점] 성장판 닫힌 바이오株···'인보사 사태' 파장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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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제약업종 지수, 두 달간 12.4%↓···코오롱생과·티슈진 시총 70%대 증발
신뢰 회복 어려워 상장 위축 우려···"개별 기업 이슈일 뿐, 업종 전체 확대 지양"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 사태가 불러온 파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간 '분식회계 논란', '거품론' 등 잊을 만하면 터진 악재에 위축됐던 제약·바이오주가 이번 사태까지 직면하면서 성장세는 더욱 둔화할 조짐이다.

일각에선 개별 기업의 이슈를 업종 전체로 묶어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미 크게 추락한 신뢰는 회복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닥시장의 제약업종지수는 전장 대비 66.58p(0.78%) 떨어진 8492.07에 마감했다. 전날 -2.71% 급락한 데 이은 하락세다. 지난 3월29일 9699.30이던 지수는 두 달 만에 12.44%에 내렸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 하락률(-5.48%)의 2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최근 3개월 주가 추이(네이버)
코오롱생명과학의 최근 3개월 주가 추이(네이버)

'인보사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인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이 제약업종의 급락을 야기했다. 인보사는 골관절염을 치료하는 세포유전자치료제로,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해 2017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로 품목허가를 받은 신약이다.

그러나 주성분이 애초의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293유래세포)라는 사실이 3월말 공개되고 제품의 유통·판매가 중단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가 부각하기 직전인 3월29일 7만5200원이던 코오롱생명과학의 주가는 두 달 만에 2만400원으로 고꾸라진 상태다. 낙폭만 무려 72.7%에 달한다. 특히 식약처가 인보사에 대한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개발사인 회사를 형사고발하겠다고 발표한 지난 28일과 다음날엔 각각 9.73%, 21.57% 떨여졌다. 이 기간 시총은 8582억원에서 2328억원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코오롱티슈진 주가 역시 3만4450원에서 지난 28일 8010원으로 76.75% 급락했고, 증발한 시총만 1조6214억원에 달한다. 코오롱티슈진은 28일부터 거래 정지 상태다. 거래소는 인보사가 회사의 주된 사업인 만큼 상장 유지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검토키로 했다. 15영업일 내인 내달 19일 내 상폐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지난해 초까지 뚜렷한 상승 탄력을 유지, 코스닥 시장 호조의 주역으로 작용했던 제약·바이오주는 잇단 악재에 휘청이고 있다.  바이오 대장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파문이 일고, 잇단 '거품론'이 대두하면서 그간의 상승분을 모조리 반납했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기대감이 더욱 주효하는 업종 특성상 작은 악재에도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러한 판국에 대형 악재가 연이어 등장하면서 업종 전반에 대한 신뢰는 크게 하락한 모습으로, 회복에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사진=코오롱생명과학)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사진=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사태' 파장은 아직 코스닥 시장에 발조차 들이지 못한 제약·바이오기업에까지 악영향이 드리울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분자진단 헬스케어업체 젠큐릭스는 지난 28일 코스닥시장 이전상장 계획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올 1월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을 위해 예비심사청구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지 4개월 만이다. 

젠큐릭스는 지난해 기술성 평가를 통과한 뒤, 올해 코스닥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바이오기업 중 최초로 기술특례상장에 도전했다. 하지만 지난 23일 코스닥 상장위원회가 심사 미승인 추천을 결정하자, 이의제기 없이 상장 의사를 거둬들인 것이다. 

젠큐릭스 측에선 올 하반기 다시 출사표를 내밀 예정이라며 개의치 않는 분위기지만, 시장에선 최근에 발발한 인보사 사태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앞서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코스닥 이전상장 기업에 한해 심사를 완화하기로 했지만, 인보사 논란이 부각하면서 상장위원회가 심사에서 다소 보수적 입장을 내비친 것 같다"며 "이에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증시 입성도 수월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 측은 당혹스러워하는 눈치다. 개별 기업의 문제를 업종 전반에 확대 해석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이번 인보사 사태로 향후 증시 입성 예정인 바이오 기업들의 행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일각의 시선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제약·바이오업종 특성상 신뢰가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맞지만, 이번 일은 엄연히 개별 기업에 한한 이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는 해당 회사만의 흠결일 뿐, 엄정하고 까다로운 심사를 통해 증시에 진입한 제약·바이오 기업 전체를 색안경 끼고 보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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