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 신한銀, 적도원칙 프로세스 '잡음'···급기야 '최초' 에러도
[뉴스톡톡] 신한銀, 적도원칙 프로세스 '잡음'···급기야 '최초' 에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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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최근 신한은행이 적도원칙(Equator Principle) 프로세스를 시중은행 '최초'로 구축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반나절 만에 최초 타이틀을 자진 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지난 2017년 가장 먼저 도입하고 시중은행에선 SC제일은행이 앞서 도입했는데 이를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겁니다.

적도원칙은 1000만달러(약 119억원) 이상의 개발 프로젝트를 시행할 때 현지에 환경파괴나 사회갈등을 야기하는지를 따져서 금융을 지원하는 원칙을 말합니다. 대규모 개발사업이 주로 열대 우림 지역의 개발도상국가에서 시행되는 경우가 많아 적도원칙이라는 명칭이 붙여졌다고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신한은행이 적도원칙에 반하는 석탄·화력발전소에 대규모 대출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신한은행의 석탄화력과 석탄열병합발전 등에 대한 석탄발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잔액은 1년전보다 904억원(266%) 늘어난 124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우리은행(1385억원) 다음으로 많은 수준입니다. 올해 3월말 기준으로 보면 신한은행의 잔액은 전년말 대비 169억원 늘어난 1414억원으로 불어나며 4대 은행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물론 신한은행이 친환경재생 에너지 PF대출에 소홀한 건 아닙니다. 3월말 기준 총 발전 PF대출 중 신재생에너지 발전 PF대출 비중을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이 가장 많습니다. 전체 4924억원 대출 중 신한은행이 51%(2535억원)나 책임지고 있으니까요.

지난 17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소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적도원칙 프로세스 구축 Kick Off'행사에서 주철수 신한은행 경영기획/소비자보호그룹 부행장(사진 좌측), 이장섭 디엔브이지엘 코리아(DNV-GL Korea) 대표이사가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신한은행)
지난 17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소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적도원칙 프로세스 구축 킥오프'행사에서 주철수 신한은행 경영기획/소비자보호그룹 부행장(사진 왼쪽), 이장섭 디엔브이지엘 코리아(DNV-GL Korea) 대표이사가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신한은행)

하지만 석탄금융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다른 쪽에선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일은 실질적인 친환경에너지 확대 기조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꾸준했습니다. 앞서 산업은행 역시 적도원칙을 채택하고도 반대되는 투자를 계속해 환경단체들의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대내외에서 쏟아지는 쓴소리에도 은행들이 석탄화력발전소에 PF대출을 계속하는 주된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석탄이 저렴한데다 가동률이 높기 때문에 수익률이 보장되는 짭짤한 사업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적도원칙을 '정확히' 적용하면 석탄화력발전소 투자는 할 수 없게 됩니다. 다른 은행들이 친환경 산업에 투자와 금융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정작 적도원칙 구축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입니다. 

이 때문에 은행 내부적으로는 충분한 의견수렴과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는데도 덜컥 적도원칙 프로세스를 구축하겠다고 대외적으로 선언해 버린 겁니다. 익명을 요구한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주 전략실에서 의견을 들어보겠다며 실무 부서를 불렀는데 막상 회의를 시작하니 (적도원칙 구축이) 기정사실이 돼 있었다"고 토로합니다. 내부회의에서 실무자들이 "더 검토해야 한다"며 열변을 토했지만 윗선에서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는 후문입니다.

신한은행 직원들 사이에서는 탈원전·탈석탄을 목표로 하는 정권과 코드를 맞추기 위해 적도원칙 구축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진행한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온다고 합니다. 적도원칙 구축을 주도한 주 아무개 부행장의 치적 쌓기도 겸해서 말이죠.

업계 한 관계자는 "처음도 아닌 맨 처음을 강조하는 '최초'를 즐겨쓰는 홍보계의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사례"라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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