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피 못 잡는 증시···돌파구는 테마株?
갈피 못 잡는 증시···돌파구는 테마株?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계복귀설·총선역할론 부각···해당 정치인 테마주 급등세
전문가 "실적 등 펀더멘털과 무관, 섣부른 투자 지양해야"
사진=서울파이낸스 DB
사진=서울파이낸스 DB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연일 지지부진한 증시 흐름이 지속하는 가운데 난데없이 정치 테마주가 뚜렷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정 정치인의 정계 복귀설, 총선 역할···론 등이 나오자, 이들과 테마로 엮인 종목들이 급등세를 보인 것. 전문가들은 실체가 명확치 않은,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반응하는 것은 비정상적이라며 투자 주의를 재차 강조하지만, 투자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소주 제조업체 보해양조는 전 거래일 대비 25원(1.54%) 오른 1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장(7.97%)에 이은 상승세로, 지난 15일 상한가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최근 8거래일간 상승폭만 46%에 달한다. 

보해양조는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3월부터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곳으로, 대표적 '유시민 테마주'로 꼽히는 곳이다. 최근의 오름세는 유 이사장의 '정계 복귀설'이 주효한 것으로 관측된다. 

유 이사장은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 문화제'에서 양정철 민주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정계 복귀 요구에 "원래 자기 머리는 못 깎는다"고 답했다. 앞서 14일에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정계 복귀와 관련한 질문에선 "정치하고 말고는 제 마음"이라며 "나중에 제가 하게 되면 욕하시라"고 말했다. 

유 이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정계 복귀를 일축해 왔던 그간의 모습과 사뭇 달라졌다는 해석이 강하다. 이에 주가가 뚜렷이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해양조 외에도 최근 정치인 테마주들이 주식시장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알루미늄 가공 업체 남선알미늄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달 들어 주가가 32.7% 뛰었다. 지난 16일에는 상한가에 근첩하며 하루 거래대금이 3374억원에 달했다. 이는 남선알미늄이 지난 1986년 상장한 이래 일일 최대 거래대금이다. 이튿날엔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남선알미늄은 모기업인 SM그룹의 계열사인 삼환기업 이계연 대표이사가 이 총리의 동생이라는 사실에 '이낙연 테마주'로 거론된다. 최근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범여권 1위에 오르고, 내년 총선에서 역할론이 부각하자 주가가 큰 폭 오른 것이다. 

대권주자 범야권 선두에 오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테마주도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백판지 전문업체 한창제지는 최근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이달 23.9% 올랐다. 지난 16일에는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한창제지는 김승한 회장이 황교안 대표와 대학 동문이고, 목근수 사외이사가 황 대표의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이유로 관련주로 거론된다.

해당 정치인들은 모두 차기 대선 유력 주자로 거론되면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해당 회사와 연관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유 이사장은 자신과 관련한 테마주에 대해 "사기"라고 강하게 일축했고, 이 총리는 아예 해당 회사의 존재를 모른다고 했다. 황 총리의 테마주인 한창제지의 경우 "황 총리와 사업적으로 아무 관련없다"며 연관성을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해당 테마주에 관심을 높이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정치인 이슈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는 펀더멘털(기초체력)과 하등 관련이 없으므로 투자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경고한다.

실제, 지난해 10월 800원대였던 보해양조는 유 이사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부각하면서 투자자들이 기대감에 매수에 나섰고, 두 달 만에 최고가인 249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유 이사장이 정계 복귀설을 직접 일축하자, 내리막을 타며 현재 1650원선으로 내려앉은 상태다.  

자본시장 한 전문가는 "증시가 장기간 부침 양상을 거듭하면서, 투자자들이 이에 대한 대안으로 테마주에 눈을 돌리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풍문에 풍문을 덧붙여 만들어진 정치인 테마주의 향연은 허상과도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테마주는 실적 등 펀더멘털과 무관하다는 점에서 섣부른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