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제2 벤처 붐과 금융의 역할
[데스크 칼럼] 제2 벤처 붐과 금융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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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은 뿔 달린 하얀 말이다. 영국 문학에 자주 등장해 사람의 병을 고치는 등 그 뿔은 신성한 존재였다. 실제 런던에서는 ‘유니콘 뿔’이라며 거래가 된 경우도 있었다. 일각고래의 뿔(실제는 엄니)을 속여 판 것이다. 이 유니콘이 산업에서는 설립 10년 이하이면서 1조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기업을 뜻한다. 유니콘이 상상 속에 존재하듯이 짧은 업력에 1조원 이상 기업이 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유니콘 기업’이라 칭한다.

최근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을 1조원 기업가치의 유니콘 기업으로 양성하는 것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으로 자주 거론된다.

전 세계 유니콘 기업 순위에서 한국은 독일과 함께 공동 5위를 지키고 있다. 1위는 미국(173개)이며 중국(89개), 영국(17개), 인도(16개) 순이다. 한국은 핀테크와 전자상거래, 인터넷 소프트웨어 등 4개 산업에만 진출해있고 헬스케어, 전기차, 빅데이터 분야에는 한국 기업이 전무하다. 또한 M&A나 기업공개 등으로 초기투자 회수에 나선 기업은 10년간 카카오가 유일하다.

얼마전 수천억원대의 자산가를 만났다. 그는 과거 벤처기업을 직접 운영하다 지금은 스타트업을 발굴·양성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의외로 그는 정부의 유니콘 기업 양성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유니콘이 많이 나오면 좋은 일이지만, 유니콘만이 창업의 절대 목표처럼 떠들면 어쩌란 말인가? 5개를 창업해 2개씩이나 코스닥에 상장시키고, 아직도 모두 다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고 엑시트(exit)한, 나도 '실패한 창업가'인가"라는 요지다.

그는 "산업별로, 비즈니스모델별로, 개인과 팀의 역량별로, 사업의 속도별로 모든 창업가들이 다 성공할 수 있는 성공의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업이 성장할수록 규제 때문에 오히려 정부정책 등이 장애가 되는 경우도 있다. 회사 규모가 일정 정도 크면 그때부턴 규모 때문에 역차별을 받는다. 일부 중소기업은 이 때문에 법적인 중소기업 기준을 넘기지 않기기 위해 애쓰는 경우도 있다. 재벌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따른 것과는 또다른 문제다. 중견기업부터는 각종 규제가 도사린다. 사업 환경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외 금융위원회, 심지어 문화관광부 등까지 정부 부처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유니콘 기업을 양성하겠다고 약속이나 한 듯 외친다. 청와대는 급기야 제2의 벤처 붐 조성에 나서겠다고 했다.

제2 벤처 붐 조성은 사실 어느 정권에나 목표로 가지고 있었다. 중소기업을 키우는 것은 역대 모든 정부가 외치고 강조하던 부분인 동시에 모두 실패한 영역이기도 하다. 정부 뿐 아니라 보수, 진보와 여야 가리지 않았다. 특히 중소기업 중에서도 창업 초기 기업인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육성은 모든 정권이 강조해 마지않던 부분이다.

‘데스 밸리(죽음의 계곡)’란 말이 있다. 창업 기업이 기술개발에 성공했어도 사업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단계를 의미한다. 정부정책이 창업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창업회사 수는 많아져도 성공사례까지 이어지는 것은 드물다.

창업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마케팅, 홍보 외 자금조달 등 필요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즉 창업생태계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는 한 창업기업의 성공률을 높이기 어렵다. 리스크를 감수하는 사업의 특성상 성공률이 실패율보다 훨씬 낮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지만 창업 성공률을 높이는데 불필요한 환경은 없는 지 주목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금융의 역할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창업기업이 안착하기 까지 은행 등 대출시스템 개선, 벤처캐피탈의 투자 촉진, 상장(IPO) 기준 완화 등이 필요하다. 또한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규제완화를 위한 금융당국의 노력과 진정성 있는 접근도 필요하다.

때마침 5월 29일 오후 서울 은행회관에서 '금융사-스타트업·벤처 ‘윈윈’…혁신금융 활성화 방안‘ 주제로 <2019 서울파이낸스 포럼>이 열린다. 금융과 혁신 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김무종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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