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피보다 돈이 진한 '한진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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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재벌가(家) 2세들의 경영권 다툼을 비유하는 말 '왕자의 난'. 왕자들이 후계자 자리를 놓고 다투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이런 별칭이 붙는다. 역사적으로 보면 왕위 다툼에서 밀려난 왕자가 형제를 죽이고 선왕을 폐위시키는 막장드라마로 결말이 난다. 대표적으로 조선 초기 이방원이 일으킨 1차 왕자의 난, 이방간이 일으킨 2차 왕자의 난을 들 수 있다.

국내 재벌가에서는 왕회장이라고 불렀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사망하자 그의 아들들이 경영권 승계를 놓고 벌인 싸움을 가리켜 왕자의 난으로 불렀다. 재벌의 경영권 싸움을 대표하는 대명사이기도 하다. 한때 국내 제1의 기업이었던 현대그룹이 자동차, 조선, 해운 등으로 사분오열된 것도 현대가 2세들의 경영권 다툼이 원인이었다.

롯데그룹도 신격호 명예회장의 건강이 악화하자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두 형제가 그룹 총수 자리를 놓고 공개적으로 다퉜다. 이들 형제는 서로 신 명예회장의 정통성을 이을 사람이 자신이라며 다퉜다. 최근 신 전 부회장이 신 회장에게 서신을 통해 화해의 손을 건넸지만 신 회장 측은 진정성을 의심하며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이처럼 경영권을 둘러싸고 재벌가 형제간 다툼은 흔한 일이다.

최근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총수 자리가 공석이 되자 한진가 3세 조원태·현아·현민 세 남매의 경영권 분쟁 조짐이 보인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대기업집단 현황을 발표하면서 장남인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를 한진그룹 총수로 지정하자 그룹 내부에서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 새 나왔기 때문. 이른바 '세 남매의 난'이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한진가 경영권 승계를 놓고 세 남매의 다툼 조짐이 보이자 형제간 분쟁도 대물림하느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진다. 고 조양호 회장 역시 형제의 난을 겪고 형제들과 계열사를 나눠 갖고 서로 등을 돌렸다. 때문에 고인은 경영권을 놓고 또다시 벌어질 가족 간의 다툼을 예견하고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가라"는 유언을 남겼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연일 신문 지상에는 한진가 '세 남매의 난'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고인의 걱정이 현실로 됐다.

권력은 '측근'이 재벌은 '핏줄'이 원수라는 말이 실감 난다. 돈 앞에 갈라진 피는 회복하기 어렵다. 한민족의 전진이라는 뜻이 담긴 '한진(韓進)'이란 사명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만은 아니다. 조원태 회장을 그룹 총수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반대세력의 실체는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형제간 재산 다툼의 결말은 몰락이라는 진리를 한진가 세 남매가 깨닫고 고 조 회장의 마지막 유지를 받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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