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해외수주···유가 상승에도 '울상'
꽉 막힌 해외수주···유가 상승에도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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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수주액 75억달러, 전년比 43%↓···중동 수주 70% '뚝'
중동, 불안정한 정세에 발주 위축···"계약 관리 능력 갖춰야" 
한 신축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이진희 기자)
한 신축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연일 오르고 있는 국제유가에도 해외건설 시장 분위기는 어둡기만 하다. 급등하는 국제유가에 중동발 수주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컸지만, 되레 불안정한 정세가 비관론을 키우고 있다.

업계는 해외수주액이 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수익성 위주의 선별수주 관행이 정착된 데다 해외 프로젝트의 성과는 장기에 걸쳐 나타난다는 이유에서다.

17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해외건설 수주금액은 75억4362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33억4074만달러)보다 43% 급감했다. 수주 건수는 234건으로 전년 동기(238건) 대비 2% 감소에 그쳤으나, 규모에서 대폭 쪼그라들었다.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시장에 집중했던 2014년(284억1615만달러)과 비교하면 수주액이 3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

세부 지역별로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과거 수주 텃밭이었던 중동은 지난해 동기와 견줘 70.2% 감소한 11억3511만달러를 기록 중이며, 같은 기간 아시아는 50억4248만달러로 35.5% 줄었다.

전년 대비 기저효과를 보인 태평양·북미(3억1010만달러·59%↑)와 유럽(5억3599만달러·76%↑) 지역을 제외하고, 아프리카(3억3367만달러·36%↓)와 중남미(1억8624만달러·72%↓)도 일제히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처럼 해외 수주 부진이 장기화되는 이유로는 상승하는 국제유가에 힘입어 발주량이 살아날 것으로 예상됐던 중동 지역에서의 고전이 꼽힌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감이 커지면서 국제유가에 상승 압박을 가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유가 변동성 확대에 따른 발주 시장 위축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두바이유 현물은 지난 15일 기준 전날보다 0.76% 오른 배럴당 70.46달러를 기록했으며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0.24% 상승한 배럴당 62.02달러에 거래됐다. 2014년 저유가 시대 당시 배럴당 20달러대까지 추락한 것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이에 메말랐던 석유화학 플랜트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업계는 다시 신중 모드로 돌아섰다. 과거 저가 수주 여파로 인한 부실사업장들을 이제서야 정리한 실정이어서 중동에서 발주가 늘더라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고수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유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유가 강세가 수주 증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일단 중동에서 발주량이 늘어야 하는데, 아직은 현지 정세가 불안정한 상태다. 수주를 한다고 하더라도 장기간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실적 반영에는 시간이 필요한 데다 금융조달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해외건설 시장이 잿빛 전망만으로 가득한 것은 아니다. 업계는 하반기부터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남방으로 주목받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수주가 나오고 있고, 25억달러 규모의 알제리 하씨메사우드 정유공장 프로젝트와 35억달러 규모의 아랍에미리트 루와이스 가솔린 및 아로마틱스(GAP) 프로젝트도 대기 중이다.

김운중 해외건설협회 아중동실장은 "통상 발주까지 걸리는 시간이 12~18개월 정도인데, 2018년부터 중동시장이 상승세를 탔기 때문에 올해부터 해외수주액도 늘어나기 시작할 것"이라며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쯤 중동 지역에서 100억달러짜리 발주도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해외건설 수주액을 늘리기 위해서는 공세적인 태도와 함께 꼼꼼한 계약 관리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부동산 시장이 어려워진 만큼 건설사들이 해외시장으로 적극적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우선 해외시장을 국내시장의 보완점으로 생각하는 인식을 바꾸고, 투자개발형사업(PPP)으로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특히 과거 어닝쇼크의 요인이었던 계약관리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하는데, 아직은 사전 견적을 제대로 낼 수 있는 기업이 몇 없다. 가격만 보고 입찰에 들어가기보다는 그 지역의 정세, 제도를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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