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미중갈등과 틈새의 운명
[홍승희 칼럼] 미중갈등과 틈새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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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간 무역 분쟁이 자칫 국가 재정을 흔드는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도록 그 골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관세보복에 관세는 물론 미 국채 대량매각까지 중국이 할 수 있는 다각도의 대응을 하고 나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전투만 치르는 것은 아니다. 조만간 베이징에서 미중간 고위급 무역협상이 재개된다는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의 발언이 있었다. 또 중국의 미 국채 대량매각은 치솟는 달러시세와 관련 있을 지도 모른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라는 사실은 무역협상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휘둘러대기에는 물가상승 등 정치적 부담이 될 측면 또한 존재한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 정부는 무기의 강력함에만 너무 취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중국과의 사소한 다툼이 있다면서도 “우리는 매우 강한 위치에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30년 세계 최강의 패권국가를 지향하고 있는 중국이 앞으로도 계속 미국의 힘에 일방적으로 끌려가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미국이 요구하는 농산물 수입을 마냥 거부하기 어려워 보이고 미 국채를 마냥 풀어버리기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 모두는 자칫 중국 스스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규모로만 보자면 중국은 세계 최대의 식량수입국이기도 하니 대량 수출국인 미국과의 관계에서 상호 조율의 여지가 많아 보인다. 농산물과 공산품 가운데 그 시급함과 경중으로 따져볼 때 미`중간 중간 접점을 찾는 일은 실상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다만 표면적인 여러 명분에도 불구하고 그 밑바탕에 흐르는 기류, 즉 새로운 패권국가를 지향하는 중국을 향해 세계 경찰국가로서의 지위를 누릴 만큼 누리고 있는 미국이 가지는 불만 혹은 불안감이 걸림돌로 작용한다면 이번과 같은 분쟁은 앞으로도 자주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적어도 겉으로는 우아한 외교전보다는 단도직입적인 비즈니스 협상을 즐기는 트럼프 방식 자체가 매우 전투적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미국대로 중국은 중국대로 저들마다의 비장의 카드를 놓고 서로 저울질하며 양국간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은 그들대로 할 일이겠다. 이미 양국이 상호 자국 기업이나 개인들의 상대국 투자 규모가 만만찮아 분쟁이 격화되면 될수록 자국 경제를 피폐하게 만들 뿐임을 그들이라고 모르지는 않을 터이니 그들끼리는 어떻게든 타협에 이를 것이다.

문제는 그런 틈바구니에 낀 한국을 비롯해 양국 모두와 무역을 해가야 할 여타의 국가들이다. 이미 지난번 사드 한국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반발이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으로 나타나며 한국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제주도와 같은 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하다못해 면세점 경기까지 위축시켰던 일은 아직도 후유증이 남아있는 상태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패권국가로서의 힘을 행사하려 드는 주변국들에 둘러싸인 한국의 입장은 앞으로도 외줄타기처럼 위태롭다. 그것이 안보가 됐든 무역이 됐든 혹은 환율전쟁이 됐든 규모 자체부터 작은 한국의 입장은 늘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런대로 요즘 미국과의 무역협상은 비교적 순조로운 듯하다. 지난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개정을 마무리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추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간 전략이 먹혀든 덕분에 캐나다, 멕시코와 더불어 한국산 자동차는 관세장벽을 피해갈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서의 한국 정부의 역할이나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미국산 무기 구매에 선뜻 나선 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일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만한 대가 없이 한국에 선심을 쓸 리는 없다. 다만 서로가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으면 최선일 뿐.

문제는 앞으로도 미`중 갈등이 커질수록 우리의 입지가 상당히 불안해진다는 점에서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대응해나가는 요령도 중요하지만 좀 더 논리적이고 철학적인 입장 정리가 필요한 시기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놓여있는 틈새는 역사적으로 보면 종종 질곡이 되어 위험한 복병 아래 놓인 함정으로 역할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바로 그 틈새이기에 작은 나라로서 공략할 여지가 있는 우리의 전장이기도 하다. 세계사의 기반이 흔들릴 때에도 꼭 강자만이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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