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뉴스] 왜 주유소들은 기름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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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유류 정량 공급 문제···정부는 수년째 '뒷짐'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뜨거운 기름' 논란은 매년 날씨가 더워지면 반복된다. 석유 제품은 온도 변화에 따라 부피가 변하기 때문이다. 기준온도 15℃에서 1℃만 상승해도 소비자는 손해를 본다. 부피 팽창으로 평소보다 적은 기름이 차량에 주입되기 때문에 지불한 돈만큼 제공받지 못하는 셈이다. '온도보정'으로 유류를 거래해야 한다는 지적은 숱하게 제기됐지만 겨울철에는 소비자가 이득이기 때문에 결국 같은 것 아니냐는 말만 되풀이됐다. 

온도보정 문제는 정유사와 주유소 사이 정량 공급 논란과도 맞물려있다. 주유소들은 정유사 출하전표에 기재된 공급량을 믿고 거래해왔지만 재고가 부족하다는 목소리는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정량 여부를 의심하는 일부 주유소는 직접 계량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출하전표와 실제 공급량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도 다수 확인됐다. 공정 거래의 첫 번째는 정확한 계량임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정유사와 주유소 사이 유류 정량 공급 문제는 사업자 간 사소한 분쟁으로만 치부돼왔다. 관계기관들이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가운데 정량제도 개선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법정 계량기'에서 제외된 탱크로리···"기술적인 문제로 실효성 없어"

정유사에서 주유소로 유류가 수송될 때는 '탱크로리'라 불리는 유조차가 사용된다. 트럭 모양에 커다란 물탱크가 얹혀져 있는 모양으로 2만L 탱크로리는 4000L 5칸으로, 3만L의 경우는 6칸으로 구성돼있다. 4000L 통마다 상부에는 뚜껑이 있고, 내부에는 기름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접시 잣대가 설치돼있다. 접시 잣대는 상부에서 하부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진 쇠막대로, 30cm 정도의 위치에 엽전 모양의 쇠 원반이 고정돼 있다. 이곳을 봉인해 정량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주유소들은 유류 입고 시 잣대에 맞춰 기름이 담겨 있으면 정량으로 여기고 받아왔다. 

탱크로리 내부 모습. (사진=독자)
탱크로리 내부 모습. (사진=독자)

문제는 정량 확인을 위한 탱크로리 잣대가 정확한지 여부다. 탱크로리 상부에 올라가 육안으로 잣대를 확인하는 방법이 얼마나 정확할까. 석유 제품은 온도에 따라 부피가 변한다. 산업자원통상부의 '액체용 계량기 기술기준'에 따르면 휘발유는 1℃마다 0.11%, 경유는 0.08%씩 부피가 달라진다. 출하전표 온도와 실제 주유소에 들어오는 탱크로리 온도가 차이가 나는데도 부피 변동이 없거나 외부온도와 실제 기름온도가 터무니없이 차이가 난다는 등 접시 잣대만으로는 정량 여부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또 잣대가 차량마다 달라 믿을 수 없다거나 잣대 훼손 등 변형이 가능하다는 것도 문제시됐다. 

법정계량기에 포함됐던 유류거래용 탱크로리는 2015년 1월 '계량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제외됐다. 법정계량기에서 제외됨에 따라 지방자체단체에서 2년마다 실시했던 잣대 검사도 현재는 없어진 상태다. 탱크로리의 계량 기능이 제도상 제외됨으로써 남긴 시사점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탱크로리 잣대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정부가 인정한 점이고, 두 번째는 주유소들이 출하전표에 더 의존하게 됐다는 것이다.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계량기는 측정값이 정확해야 하지만 탱크로리 잣대를 이용해 육안으로 정량 공급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은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볼 수도 있는 등 부정확하다는 한계가 있었던 것은 물론, 지자체 주도로 제대로 된 정기검사도 실질적으로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탱크로리 법정계량기 지정은 실효성이 없기 때문에 2015년 제외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그렇다면 주유소는 공급된 석유 제품이 정량이라는 판단을 어떤 기준으로 할 수 있을까. 국표원 관계자는 "저유소에서 탱크로리에 기름을 주입할 때 법정계량기인 오일미터로 측정한 후 온도와 공급량을 출하전표에 기재하고 있다"면서 "배달사고만 없다면 정량이 전달된다고 본다. 배달사고 문제는 주유소와 공급업자와 계약을 맺어서 탱크로리 봉인을 하는 등 다양한 조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주유소 입장에서는 정유사가 발행한 출하전표를 믿는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러나 90년대 말부터 저유소 오일미터 관리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출하전표와 실제 공급량의 차이가 발견돼 논란이 일었다. 2007년에는 한국주유소협회 중앙회에서, 2014년에는 자영알뜰주유소협회에서 정유사 출하 시 정량에 대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며 유류 거래 방식 관련 정부의 전면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주유소 사장 A씨는 "정량 미달 여부를 처음에 발견했을 때는 단순히 탱크로리 기사들이 빼돌린다고 생각했다. 정유사 측도 기사들이 잘못했다는 식으로 돌렸지만 기사들이 억울함을 토로하면서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면서 "저유소를 관리하는 송유관공사에 정량 공급 여부를 질의했더니 계량기에 맞춰 탱크로리에 기름을 담고 있다고 답변하면서도 관련 자료 제출 요구에는 회피했다"고 토로했다. 

◇ 저유소 출하전표 믿을 수 있을까

유류 거래 방식은 '그로스(Gross)' 방식인 비교법과 '넷(Net) 방식'인 형량법으로 분류된다. 그로스는 온도와는 상관없이 부피 단위로 거래하는 방식이다. 해당 방식이 적용될 경우 출하전표에는 온도가 표기돼 있지 않거나 온도 확인이 가능하더라도 출하량과 정산량이 같은 수치로 표기된다. 온도에 따른 부피 보정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이며, 현재 국내 대부분의 주유소는 그로스 방식으로 유류를 입고하고 있다. 

반면 넷 방식이란 온도와 밀도를 이용해 15℃일 때의 질량으로 환산해 거래한다. 넷으로 주유소에 입고되는 경우 출하전표상 온도에 따라 출하수량과 정산수량이 환산돼 다르게 기재된다. 이때 정산수량은 KS규격인 'KS M2002'에 규정된 부피환산계수표에 의해 도출된다. 그로스에 비해 넷 방식이 온도 보정을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유소 손해는 줄어든다. 

유류 온도나 정산수량이 아예 기재돼 있지 않는 그로스 방식의 경우 출하전표의 신뢰성은 더 떨어진다. 또 넷 방식이 적용됐더라도 출하전표가 저유소에서 발행되므로 배달 과정에서 부풀려진 유량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온도보정과 부피로 받는 방식 모두 출하전표에 기재된 공급량을 믿고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정량보다 적은 기름이 주유소에 공급된 사례가 발견돼왔다. 2007년 주유소협회에서 산업부에 보낸 '석유제품 물량계량방식 개선방안 타당성 검토의견 및 건의' 자료에 따르면 일부 주유소들은 계근대(화물 자동차에 실린 짐의 무게를 측정하는 기구)를 설치하거나 저유소에 설치된 계근대를 통해 실중량을 구한 후 출하전표 비중을 환산한 결과 공급량이 부족한 것을 발견한 바 있다. 

사진=한국주유소협회
사진=한국주유소협회

1997년 서울 서초구의 한 GS칼텍스(구 LG칼텍스) 주유소의 출하전표를 살펴보면 △온도 17.5℃(KS M2002 환산계수 : 0.9973) △비중 0.750 △출하수량 2만L △정산수량 1만9946L로 기재돼있다. 이 경우 해당 주유소는 넷 방식으로 유류를 거래한 것이다. 당시 인천저유소 계근대를 이용해 실량을 측정한 결과 1만4710kg로 집계됐다. 비중이 0.750, 온도가 17.5℃일 때 환산비중은 0.752로, 출하수량 2만L에 곱하면 1만5040kg다. 이를 L로 환산하면 약 1만9508L로 출하전표상 정산수량과 비교했을 때 약 438L 부족한 양이다. 

사진=독자
사진=독자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2005년 경기도의 한 주유소에서도 입고용 유류계량기를 이용해 입고량을 측정한 결과 2만L 중 300~400리터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주유소는 그로스로 유류를 공급받았다. 2012년 한 주유소에서는 유류 부족을 이유로 한국석유공사에 보상 요청을 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해당 주유소에서는 입고용 계량기를 이용해 3주간 석유 제품 공급량을 측정한 결과 출하전표보다 실제 공급량이 784L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독자
사진=독자

2015년 1월에는 1000L 정도가 부족한 사례도 발견됐다. 에쓰오일과 석유대리점을 통해 유류를 공급받는 지방의 한 사업장에서 입고용 계량기를 이용해 정유사 출하량(1만9976L)과 실제 공급된 유류량(1만8957L)을 비교한 결과 약 1019L가 부족했다. 해당 사업장은 그동안 실제 공급된 양만큼만 정산해 비용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업장에 계량기를 제공한 업체 대표는 "간혹 200~300L 정도 차이가 발생했다가 이때 처음으로 1000L 부족한 상황이 발생해 계량기에 이상이 생긴 줄 알았다"면서 "누군가 계량기를 건드렸을까봐 그쪽에 연락해봤더니 평소처럼 측정했다고 하더라. 공급업체에서 본인을 의심하길래 추후 입고 시 격차가 심하면 계량기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다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 입고 시 출하전표 공급량과 측정량은 별다른 차이가 없었고, 1000L 미달된 상황을 공급자 측에서 인정했다"면서 "부족한 만큼의 비용을 제외하고 정산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됐는데 일이 커질까봐 이같은 조치를 취하고 끝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양쪽 계량기가 다르기 때문에 저유소 출하전표와 주유소 개별 측정치가 차이가 난다고 한다. 그러나 주유소들은 수년째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산업부와 석유관리원이 나서 정량 공급 문제를 전면 조사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저유소 오일미터와 일부 업체가 사용 중인 입고용 계량기를 서로 비교해보거나 공동으로 정량을 확인 할 수 있는 별도 장치를 도입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14년 알뜰주유소협회 회장을 역임했던 정원철 고문은 "정량 공급 미달 사태가 배달 문제인지 저유소 출하 시 문제인지 석유관리원이나 국표원이 나서 철저하게 실상을 파헤쳐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면서 "주유소가 원할 시 검증된 계량기를 통해 입고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거나 정유사들의 정량 공급 여부를 불시에 검사할 수 있는 차량을 운영한다던지 방법은 얼마든지 많다"고 말했다. 

정 고문은 "저유소에 설치된 오일미터도 예전에 질의했을 때는 각 정유사가 점검한다는 답변을 받았는데 석유관리원이나 국표원에서 담당해야 한다"면서 "정품 관련은 석유관리원이, 정량은 국표원 담당이라면 어느 한 기관으로 통일을 하던지 왜 손을 놓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주유소 정량 검사는 석유사업법에 근거가 있기 때문에 실시하고 있지만 정유사나 탱크로리 관련 검토는 필요하겠지만 현재 계량법이라던지 기술 기준 자체가 없기 때문에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면서 "브랜드 정유사보다는 일반 대리점에서 이뤄지는 유류 공급이 사각지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 석유관리원에는 정량 공급 미달로 신고 들어온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저유소에서 이뤄지는 정량 출하 여부가 누구 책임인지는 법적인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한 계량 전문가는 "계량기는 계량법에 따라 정확도 검사를 해야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거래는 정유사가 책임져야 한다"면서 "거래 행위에 대한 관리와 감시가 필요하기 때문에 계량법으로만 해결하려면 근본적인 해결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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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juk 2019-05-18 06:09:07
주유소들‥
눈뜨고 코 베이고 있습니다‥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