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르기 들어간 원·달러 환율···1200원대 '언제' 오를까?
숨 고르기 들어간 원·달러 환율···1200원대 '언제'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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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1210원 이상도 열어둬야"
코스피가 2080선을 회복하며 장을 마친 14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스피가 2080선을 회복하며 장을 마친 14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강대강(强對强)' 대치 국면으로 다시 전환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한 달 새 벌써 약 50원 급등이다. 이대로 가다간 1200원 돌파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트리거(방아쇠)가 언제 발동될 지 알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1.9원 오른 1189.4원에 마감했다.(원화 약세) 개장과 함께 1190.0원을 찍어 2년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이후 대체로 약보합권에서 소폭 등락을 반복했다. 전일 미중 무역협상 결렬 우려로 10.5원이나 급등한 데 따라 숨고르기 장세가 펼쳐졌다는 분석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부터 지난 13일까지 48.1원 급등했다. 대내외 이슈가 강(强)달러를 부채질하고 있어서다. 4월중 외국인 배당자금 역송금 수요와 1분기 국내총생산(GDP) 부진에 따른 경기 우려가 원화 약세를 자극해 달러 값을 1160원대로 밀어올렸다. 

지난 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원·달러 환율은 1170원을 넘겼고 9일 미중 무역분쟁 격화가 원인이 돼 전 거래일보다 10.4원 오른 달러당 1179.8원에 마감했다. 이후 지표로 확인된 국내 수출 부진, 북핵 리스크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고조된 가운데 무역협상을 두고 미국과 중국의 '치고 받기'가 이어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가 재차 부각되는 모습이다. 

최근 들어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1200원대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당장은 미중이 상호 보복조치를 높여가는 단계라 머지않아 1200원대 도달을 배재할 수 없다"고 했다. 미중 무역협상이 단순한 무역분쟁을 넘어 G2(미중)의 글로벌 헤게모니(패권) 싸움인지라 장기전으로 갈 공산도 크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에서 파생된) 금융시장 불확실성은 위험자산 선호심리를 약화시킬 것"이라며 "국내 경상수지 흑자 폭 감소, GDP 둔화, 유가 상승 등 요인이 원화 약세 요인으로 가세했다. 1210원 부근까지 원·달러 환율 상단을 열어놔야 한다"고 했다. 

이미지=서울파이낸스DB
이미지=서울파이낸스DB

수출업체의 네고(달러 매도) 물량이 나오지 않는 것도 이미 고점이 1200원대까지 높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간 환율 상승을 억제했던 수출업체들이 달러 재상승에 베팅해 관망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뜻이어서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1200원을 사정거리에 넣어둔 수출업체 네고를 비롯한 상단대기 물량의 공백도 환율 낙폭을 제한하는 요소"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방아쇠'가 언제 당겨질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들도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올라설 시점에 대해 마땅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성공할지 여부를 앞으로 3~4주일 내에 알게 될 것"이라며 "성공할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연구원은 "무역협상의 향방에 대한 트럼프의 발언이 언제, 어떻게 나올 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면서도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역협상에 대해 명확한 시그널이 나올 때 환율이 급등·급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부연했다. 

최근 위안화 절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달러 강세에 원화가 약세로 연동하는 움직임보다 위안화 약세가 '프록시(대리) 통화'인 원화 약세로 이어지는 고리가 더 강하다는 주장이다. 서울 환시에서 원·달러 환율이 10.5원 급등한(원화 약세) 13일, 역외 시장에서 위안·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8% 오른 장중 달러당 6.9위안을 돌파했다.(위안화 약세)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당 위안화 7.0을 넘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는 중국 정부가 합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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