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규제 칼바람에 재건축·재개발 '이러지도 저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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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현대·대치쌍용2차, 사업 잠정중단 요구↑
재개발 임대비율 '최대 30%'···"수급 불균형 초래" 
서울 강남구 대치쌍용2차 전경.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쌍용2차 전경.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서울 곳곳의 주요 재건축 단지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서울시가 '속도 조절론'을 고수하면서 사업 추진 동력을 잃은 데다 참다못한 조합원들 사이에선 일단 사업을 중단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사업 진행이 더딘 재개발 사업장도 비상이 걸리긴 마찬가지다. 정부가 임대주택 의무건설 비율을 대폭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은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일부 조합원들이 재건축 사업의 잠정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초과이익환수제의 부담이 큰 상황에서 시가 내놓은 층수·디자인 가이드라인 등 규제가 이들을 '지켜보자'는 관망세로 이끌었다.

일각에서 시작된 사업 중단 요구는 주민 전체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최근 실시하고 있는 재건축추진위원회 운영 잠정 중단에 대한 설문조사에선 800여 명의 조합원이 참여한 가운데 이 중 90%가 넘는 이들이 잠정중단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치동 대치쌍용2차의 재건축 사업 추진 시계도 멈췄다. 지난해 6월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사업을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며 11개월째 본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합은 본계약을 위해 지난 4월 27일 총회를 열고 조합원들의 의견을 모으고자 했으나, 이마저도 무산됐다. 사업을 서두르려는 현대건설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주민들도 적지 않은 터라 내달 안으로 다시 마련될 예정인 총회의 결과도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대치쌍용2차 한 조합원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진행을 멈추고 추이를 지켜보자는 의견"이라며 "상황이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상태인데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고 우려감을 표했다.

재개발은 임대주택 비율 확대 방침이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임대주택이 늘어나면 일반분양분이 감소에 따른 추가 분담금이 확대되는 구조여서 사업이 난관에 봉착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재개발 단지별 임대주택 의무비율을 상향하는 내용이 포함된 '2019 주거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개정 시행령이 적용된다면 현재 15%인 임대주택 건설 의무비율이 최대 30%까지 높아지게 된다. 

우선 국토부는 상반기 중 시행령을 개정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임대주택 의무비율 상한선을 20%까지 높일 계획이다. 이 경우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전 단계에 있는 △용산구 한남뉴타운 2·4·5구역 △송파구 마천4구역 △동작구 흑석뉴타운 11구역 등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선 무리한 규제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정비사업을 억누를수록 집값 안정 효과는 있겠으나, 장기적으로 수급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부장은 "늘어나는 임대주택 건축면적만큼 조합원 면적 제약 및 일반분양분 공급물량이 감소하게 된다"며 "결국 사업성 악화로 조합원 부담이 가중되는 것인데, 상대적으로 경제적 부담능력이 취약한 조합원은 재입주를 포기하고 세입자로 전락하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택지개발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길게는 20년 안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규제 탓에 정비사업이 지지부진해지면 장기적으로는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희소성만 커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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