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4사, 1분기 실적 두고 '희비교차'
정유 4사, 1분기 실적 두고 '희비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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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현대오일뱅크 '흐림', 에쓰오일·GS칼텍스 '맑음'
사진=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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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지난 8일 GS칼텍스를 마지막으로 올해 1분기 정유 4사의 실적 발표가 마무리됐다. 지난해 1분기 업체 불문 영업이익이 2017년 동기 대비 두자릿수 하락했다면 이번 1분기는 업체별 다른 성적표를 받았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정제마진 하락으로 맏형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이 반토막 난 반면, 재고 관련 이익 영향으로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비교적 선방한 실적을 냈다. 다만 직전 분기 대비로는 정유 4사 모두 흑자 전환한 가운데 오는 2분기 반등을 노리는 모양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3.5% 감소한 331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12조4002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두자릿수 하락했다. 당기순이익은 2115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5.3% 감소했다. 다만 전분기 대비 1분기 매출은 11.1%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6126억원 늘면서 흑자 전환했다. 

1분기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조치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등 불안정한 국제 정세로 인해 유가는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석유와 화학제품 마진 모두 약세를 나타내 전반적인 업황 부진이 이어졌다고 SK이노베이션은 설명했다. 

유가회복에도 불구하고 올해로 이연된 재고평가손실로 1분기 정유부문의 재고평가손실은 228억원을 기록했다. 3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로는 규모가 작지만 전분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는 데 회사는 의의를 두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직전 분기 적자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비정유부문인 화학사업의 역할이 컸다. 화학사업은 제품 스프레드(제품 가격과 원료가의 차이) 하락에도 불구하고 나프타 가격 상승에 따른 재고관련 이익 등으로 전분기 대비 708억원 증가한 320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배터리사업의 경우 일부 운영비 절감 효과로 전분기 대비 적자 폭은 줄였지만 여전히 8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의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줄었다.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의 수익성 악화가 전체 실적에 영향을 미치면서 현대중공업지주의 1분기 영업이익도 덩달아 급감했다. 현대오일뱅크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5조14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008억원으로 64.3%나 감소했다. 

전년 대비 저조한 실적을 낸 원인은 SK이노베이션과 마찬가지로 정제마진 하락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직전 분기와 비교해서는 매출액은 16% 감소한 5조1411억원으로 집계됐지만 영업이익은 1008억원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반면 에쓰오일과 GS칼텍스는 1분기 영업이익이 늘었다. 에쓰오일의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270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도 5조4262억원으로 전년 대비 0.3%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은 1136억원을 기록해 39.8% 감소했다. 전분기 대비 매출은 제품 판매량 감소 등으로 20.9%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정제마진 약세에도 불구하고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이 늘어난 이유는 재고관련 이익 반영 요인 때문이다. 주력 사업인 정유 부문은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으로 95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석유화학 부문은 정기보수로 인한 가동률 감소에도 불구하고 파라자일렌(PX) 스프레드를 바탕으로 14.9%의 영업이익을 냈다. 

실적 희비가 갈린 것은 재고자산을 평가하는 회계기법이 업체별 다르다는 점도 일정 부분 작용했다. 재고평가손익은 원유 도입 시기가 제품 가격에 반영되는 시차에 따라 달라지며, 산출 방법은 크게 '선입선출법'과 '총 평균법' 두 가지로 나뉜다. 선입선출법은 판매 후 남은 재고에 최근 가격을 적용해 측정하는 것으로 유가가 오르면 유리하다. 지난해 4분기 유가 하락 시 구매한 원유에 최근 유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선입선출법을 적용하면 훨씬 많은 재고 평가 이익을 낼 수 있다.

총 평균법의 경우 기존 재고와 해당 분기에 새로 구입한 물량 가격을 평균으로 계산해 매출 원가로 반영하고, 남은 재고는 다음 달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평균법을 이용하면 유가가 떨어질 때 회계상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국내 정유 4사 가운데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현대오일뱅크는 평균법을, 에쓰오일은 선입선출법을 적용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을 비교해보면 1분기 국제유가 상승으로 SK이노베이션은 228억원의 재고평가손실을, 에쓰오일은 2000억원의 이익을 봤다. 다만 2분기 영업이익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SK이노베이션의 재고 관련 이익은 늘어나는 반면, 에쓰오일은 하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에쓰오일의 2분기 영업이익은 1587억원으로 예상된다"면서 "현재 유가를 가정했을 때 재고관련이익은 약 1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축소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에쓰오일을 제외한 정유 3사는 총 평균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어떤 방식을 사용하든지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재고평가손익은 GS칼텍스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GS칼텍스의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2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4% 늘었고, 매출액은 7조9531억원을 기록해 2%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8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1.6% 줄었다. 다만 전분기 대비 매출액은 18.1%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평균법으로 재고이익을 산정했지만 GS칼텍스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늘어난 이유는 석유화학과 정유 부문의 이익이 동시에 늘어난 요인이 컸다. 정유 부문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에는 1475억원, 올해는 1873억원으로 집계됐다. 석유화학 부문의 경우 차이는 더 컸다. 지난해 1분기 669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은 올해 1276억원으로 급증했다. 석유화학 부문에서도 재고평가이익이 개선돼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8.1% 늘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정유와 석유화학 제품의 판매 물량 증가와 원유가격 상승에 따른 재고자산 평가차익 등으로 실적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또 동일한 재고평가 방식을 사용했더라도 기초재고와 당기매입, 기말재고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재고영향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한편 오는 2분기는 정기보수에 따른 공급 감소와 휘발유 성수기 진입 등의 영향으로 정제마진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1분기 평균 3.2달러에 그쳤던 싱가폴 복합정제마진이 지난달 기준 평균 4.4달러까지 상승했다는 점에서 2분기부터는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면서 "2020년 국제해사기구의 환경 규제를 앞두고 선제적인 경유 수요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미·중 무역협상 등 불확실한 요인들과 시황에 민감한 정유시장 특성상 실적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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