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리포트] '없애고 줄이고' 정신없는 FSC···LCC는 '광폭행보'
[항공 리포트] '없애고 줄이고' 정신없는 FSC···LCC는 '광폭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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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C, 부진 노선·일등석 폐지 등 '수익성 개선' 총력
LCC, 中 운수권 배분 등 호기···경쟁력 강화에 박차
대한항공(왼쪽)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각 사)
대한항공(왼쪽)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2019년 첫 해부터 양대 국적 대형항공사(FSC)는 웃을 날이 없었다. 해가 거듭될수록 노선의 다변화, 저렴한 운임, 가성비가 높은 부가서비스 등 차별화 전략으로 저비용항공사(LCC)들이 FSC 턱 밑까지 추격했다.

이에 FSC는 국내선 등 단거리 노선을 포기하고 장거리 국제선 집중 전략을 세워 점유하려 했으나 각종 '갑질'과 무리한 경영 등의 문제로 실적은 저조한 수준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FSC의 간판 '일등석(First Class)'을 줄이거나 일부 노선 운항을 중단하는 상황으로까지 치달았다. 그동안 누린 영예를 생각하면 수모에 가깝다.

경영 정상화 작업에 한창인 FSC에 반해 LCC는 무서운 속도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특히 대부분 지방발 노선을 중심으로 증편과 신규취항을 시작했고 올해 발표된 싱가포르, 중국 운수권 등을 대거 확보해 영역을 넓히고 있다. 더해 각 사마다 차별화된 부가서비스도 시행함으로써 고객층을 탄탄하게 쌓고 있어 매분기마다 실적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국토부)와 에어포털이 공개한 '2019년 1분기 항공운송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FSC를 이용한 국제선 여객 수는 841만5290명으로, 지난해 동기에 견줬을 때 1.5%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LCC의 국제선 여객 수는 742만809명으로, 17.2%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100만명 넘게 차이나는 수준이며 국적사 분담률 68.8% 중 LCC가 32.2%를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대한항공의 경우 끝 맺지 못한 총수일가 '갑질' 사태와 미국 항공제조업체인 보잉(Boeing)사의 항공기 추락사고로 인한 B737-MAX기종 50대 계약 잠정중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별세와 경영권 승계 문제 등 복잡한 변수들이 맞물린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영업환경 악화'로 현재 조원태(44) 대한항공 사장은 혼란을 해소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세워 발빠르게 실천에 옮기고 있다. 수요가 적은 부분은 과감히 없애고,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JV) 등을 통해 돈 되는 장거리 노선에 주력하겠단 방침이다.

이로써 오는 6월부터 대한항공의 국제선 약 70%에서 일명 '하늘길 호텔'이라고 불리던 일등석이 폐지된다. 밴쿠버와 토론토·바르셀로나·뉴질랜드는 물론 중국과 동남아·일본 노선 대부분이 대상이다. 높은 항공 운임 때문에 일등석을 이용하는 고객이 거의 없어 늘 저조한 수익을 냈기에 이를 없애고 프레티지-이코노미로 구성된 투(2)클래스 체제로 변경한다는 것이다. 같은 달부터 국내선 운임도 평균 7% 인상한다. 

매각을 앞 둔 아시아나항공도 '심폐소생술' 작업에 들어갔다. 새로운 주인을 찾기 전까지 조금이라도 경영 정상화를 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전 직원 대상 '희망 무급휴직'과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들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비수익 4개 노선 정리에도 나섰다. 오는 7월부터 인천발 인도 델리·러시아 하바롭스크·사할린, 10월부턴 인천-미국 시카고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 

더해 오는 9월부턴 일등석을 전면 폐지한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2015년 당시 경영정상화 작업의 하나로 A380을 제외한 모든 기종의 일등석을 없앴으나 그때보다 상황이 더 악화되자 유일하게 남겨뒀던 3개 노선(미국 뉴욕·로스앤젤레스·독일 프랑크푸르트)마저 떠나보내게 된 것이다.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시계방향 순서). (사진=각 사)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시계방향 순서). (사진=각 사)

이에 반해 LCC는 황금기를 맞고 있다. 'LCC 맏형'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 570억원과 매출 3929억원을 실현해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19분기 연속흑자를 실현했다. 회사는 이 같은 실적요인으로 △지방발 노선 신규취항 및 증편 △지속적인 기단 확대 △인천공항 라운지 신설과 뉴 클래스(New Class) 좌석 도입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 등을 꼽았다.

제주항공이 올해 신규 취항하는 국제선은 22개로, 지방발 국제선만 17개 늘린다. 특히 불과 1년만에 무안발 9개의 노선을 신규 취항하고 최근 옌지와 장가계 노선 운수권도 획득한 것으로 보아 지방공항에 활력을 불어넣어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현재 제주항공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71개 노선·항공기 40대를 보유하고 있고, 올해 6대를 추가로 들여올 계획이다. 

제주항공의 '몸집키우기'는 계속된다. 오는 7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라운지 신설에 이어 무안발 싼야 노선과 김해발 싱가포르 노선 운항을 시작한다. 싱가포르 노선엔 기존 30인치보다 앞뒤 좌석 간격이 10인치 넓어진 뉴클래스 좌석 비행기를 투입한다. 최근엔 '제트스타 에어웨이즈(JETSTAR Airways)'와 편명 공유가 가능한 '코드셰어(Code Share)' 협약을 체결해 오는 12월부터 인천-호주 골드코스트 노선 정기편도 운항할 계획이다.

에어부산은 대구·경북 지역의 영업·마케팅 강화가 눈에 띈다. 특히 대구공항에서 처음 개설되는 코타키나발루와 기타큐슈 노선을 운항, 타이베이와 다낭 노선도 각 주 1회·5회로 증편했다. 한태근 사장은 기존 영남권 시장을 벗어나 인천 진출을 함으로써 새로운 수익 노선을 개발하겠단 의향을 밝혀왔다. 최근 중국 운수권 결과에서 인천-청두·선전·닝보 3개 노선을 순조롭게 따내면서 에어부산 역시 비상할 준비를 하고 있다.

티웨이항공도 노선다변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구·제주·인천공항 등에서 출발하는 가고시마․나고야․나트랑 등 일본과 동남아 노선을 위주로 신규취항함에 이어 오는 7월부턴 두 달간 한-몽골 노선 비정기편 운항에도 도전한다. 또한 중국노선 운수권 배분 심사를 통해 일명 '황금노선'이라 불리는 인천-베이징을 포함해 총 9개 노선·주 35회 운수권을 확보했다. 티웨이항공은 해외 거점화를 통한 시장개척을 주 목표로 잡고 일본 28개·대만 4개·베트남 8개·중국 4개 거점 지역의 노선을 운영해오고 있다. 이번 확보한 중국노선까지 추가해 한국 방문 인바인드 수요 증대를 포함, 안정적인 매출확대와 동북아 시장 점유율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B737-MAX8 항공사고로 인해 가장 타격을 많이 받았던 이스타항공도 오는 7월 B737-800 2대를 추가 도입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다. 싱가포르 노선 운항과 새롭게 획득한 중국 운수권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단 전략이다. 이스타항공은 기존 청주발 상하이 노선을 운항한 경험을 토대로 현지 인프라를 이용해 인천-상하이 노선의 최우선 취항을 목표로 준비해 나갈 방침이며, 이외 제주-상하이와 청주-하얼빈·장가계 노선 등도 관광상품을 연계해 지역경제와 공항 활성화까지 이끌어 내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FSC에선 수익성 개선 등 경영 정상화를 하겠단 취지로 70% 탑승률을 보이는 노선을 대거 정리하고 일등석도 폐지하기로 결정한 걸 보면 상황이 정말 좋지 않은 것"이라며 "현재 중국 운수권도 LCC 중심으로 배분됐고, 이 기회를 틈타 각 사마다 기단과 노선도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중장거리로 나아갈 전망인데 이렇게 되면 국적사 순위가 변동될 수도 있을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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