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제약·바이오 회계 이슈로 불거지나···금융당국은 '관망중'
인보사, 제약·바이오 회계 이슈로 불거지나···금융당국은 '관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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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비, 상장전 '자산' 상장후 '일부 비용'으로 변경
'무형자산', 임상 중지후 처리는 어떻게?
제약바이오 업계, 개발비 회계기준 강화될지 '촉각'
인보사케이주 제품·코오롱생명과학 이날 주가 추이(사진=코오롱생명과학-키움증권HTS캡쳐)
인보사케이주 제품·코오롱생명과학 이날 주가 추이(사진=코오롱생명과학-키움증권HTS캡쳐)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남궁영진 박조아 기자] 무릎관절 세포치료제인 '인보사케이주'의 주성분이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라는 사실을 코오롱측이 국내 허가와 시판을 신청하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국내 바이오주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인보사에 대해 코오롱티슈진(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자회사 겸 개발사)이 미국에서 진행해 온 임상3상에 대해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중지 통보를 받으면서, 이와 관련한 연구개발비를 회계장부에 앞으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는 첨예한 관심으로 부각된다. 코오롱생명과학 및 코오롱티슈진의 재무제표 자체뿐 아니라 제약바이오 업계에도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코오롱생명과학측은 성분이 변경된 사실을 올해 2월 기존보다 더욱 정밀한 검사인 STR(유전학적 계통검사)를 통해 알게 됐다며 고의적 은폐는 없었다고 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달 20일께 코오롱티슈진에 대한 현지 실사에 착수해 세포가 바뀌게 된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20일 미국 코오롱티슈진(인보사 개발사·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자회사), 우시(제조용 세포주 제조소), 피셔(세포은행 보관소) 등을 방문해 세포가 바뀌게 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을 밝히면서 코오롱그룹의 도덕성 및 고의성에 대한 논란이 더욱 가열될 조짐이다.

이미 미국 보건당국인 FDA는 진행중인 인보사의 현지 임상3상에 대해 중단 조치를 내렸고, 이 과정에서 코오롱측과의 별도 협의는 없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임상 취소에 가깝다는 해석도 의료 및 제약바이오 업계에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이 황우석 사태 때보다도 업계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이미 국내에서 인보사케이주라는 제품으로 판매가 되고 있다는 점 △인보사의 성분변경 사실이 미국에서 먼저 나왔고 고의적 은폐 의혹 역시 일본 계약 상대방인 미쓰비시다나베와의 소송 과정에서 불거져 나오는 등 해외에서 불신이 더 크다는 점 때문이다.   

미쓰비시다나베가 추가한 소송 내용에 대해 코오롱생명과학은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에 확인한 이후 이달 3일 "티슈진의 위탁생산업체(론자)가 2017년 3월 유전학적 계통검사(STR)을 의뢰받아 검사를 진행한 결과 2액이 사람 단일세포주(293세포)라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공시했다.
  
결과적으로, 인보사의 성분이 변경됐다는 최초 발표는 물론 이에 대해 이미 어느 정도로는 알고 있었다는 취지의 이달 공시 역시 코오롱측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어쩔수 없이' 밝힐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로인해 코오롱 뿐 아니라 제약바이오의 전반에 대한 불신 또는 스캔들이라는 시각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자산 처리했다가 임상중지···제약·바이오 회계기준 문제 없나?
 
제약바이오 기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자산 또는 비용이 될 수 있는 '연구개발비'의 회계처리 기준에 대한 불신이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코오롱티슈진은 2017년 11월 국내 코스닥에 상장하기 전 인보사에 대한 연구개발비(변경전 '비용')를 재무제표상 자산으로 변경했다가, 이 가운데 일부를 지난해 사업보고서상 비용으로 인식하며 보수적인 기준으로 되돌렸다.  

일각에서는 상장을 앞두고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의 연구개발비를 222억원의 무형자산으로 변경하며 수치상 우량 기업으로 나타냈다가 작년 사업보고서상 또 다시 비용으로 처리하는 등 회계기준을 몇차례 바꾼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상장 전에는 우량한 재무제표가 나타날 수 있도록 완화된 회계기준을 적용하다가 인보사의 성분 변경 이슈가 드러날 무렵이 되자 또 다시 보수적으로 변경했다는 점 때문이다. 

인보사 개발비에 대한 회계처리 과정상으로도, 이미 성분 변경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임상3상이 중단된 것에 대해 제약바이오 업계 일각에서는 사실상 임상 취소와 다름없다고 보는 견해도 나오는만큼, 인보사에 대해 추가적으로 회계처리를 정정해야 할 방향 역시 상장 기업으로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증권가, '인보사 이슈' 코오롱에 국한된 문제일 뿐이라지만...

그간 증권가는 이번 인보사 사태에 대해 코오롱 그룹에만 국한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보고서를 내놨다.  

인보사 성분변경 은폐 의혹이 제기된 이후 7일 유가증권 및 코스닥 시장의 제약바이오 종목의 주가 추이를 보면, 오후 1시 33분 기준 코오롱티슈진은 전 거래일 대비 4800원(29.72%) 하락한 1만1350원에, 코오롱생명과학도 1만800원(26.37%) 떨어진 3만900원에 그쳤다.  

이 외에도 신라젠(-1.10%), JW생명과학(-1.05%), 엔지켐생명과학(-1.62%) 등 일부 제약바이오 업종이 소폭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다만 셀트리온제약(2.23%), 셀트리온헬스케어(1.49%), 차바이오텍(0.51%) 등 강보합 또는 상승 중인 제약 바이오 종목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추이를 놓고 보면 증권가의 그간 분석처럼 이번 사태의 영향이 아직 업종 전체에 미친다고 볼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코오롱생명과학 및 코오롱티슈진의 연구개발비에 대한 회계처리가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제약바이오 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으로 확산될 우려는 존재한다. 

금융당국은 아직 사태에 대해 관망하는 수준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이번 코오롱 인보사 사태로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회계처리 지침이 보수적으로 회귀될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지난해 9월 제정된 지침인 만큼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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