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환율, 어느새 1170원대···2년3개월來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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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동결·경제지표 호조에 强달러 흐름
외환당국 '묵묵부답'···"수출 둔화에 일부 용인" 관측도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미국 달러 값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3일 원·달러 환율이 1170원대로 성큼 올라서며 2년3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원화 약세).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박에도 동결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는 데다 경제지표까지 호조를 보이며 거침없는 달러 강세장이 유지되고 있다. 거듭되는 수출 둔화에 외환당국도 원화 약세를 일부 용인하는 모양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4.3원 오른 1170.0원에 마감했다. 전일 대비 2.3원 오른 1168.0원에 거래를 시작한 환율은 오전 한때 1171.8원까지 치솟으며 고점을 높이기도 했다. 환율이 장중 1170원대로 올라선 것은 2017년 1월31일 이후, 종가 기준으로는 같은해 1월19일(1177.6원) 이후 처음이다.

올해 미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차단되며 글로벌 강(强)달러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 경제 호조가 지표로 확인되고 있는 것이 환율 급등의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파월 의장은 지난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연 2.25~2.50%로 동결한 후 "기준금리를 움직여야 할 강한 근거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금리인하 가능성을 차단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1%p 같은 약간의 금리인하와 약간의 양적완화(QE)를 한다면 우리는 로켓처럼 올라갈 잠재력이 있다"며 사실상 금리인하를 압박했지만 개의치 않은 것이다. 

이에 1일 달러지수(DXY)는 전날보다 0.22% 오른 97.69를 기록했다. 간밤에도 0.15% 뛰며 97.83으로 상승 마감했다. 시장은 올해 연준이 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약화시킨 데 따라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오르며 한때 2.55%대까지 상승했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자금이 몰려 달러가 힘을 받게된다. 

미 경제지표는 희비가 엇갈렸지만 대체로 양호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분기 미국 비농업 노동 생산은 전분기 대비 3.6% 상승하며 예상치(2.2%)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 아울러 3월 공장재수주는 전월보다 1.9% 증가했다. 시장 전망 1.5% 증가를 웃돈 것이다. 반대로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청구자수가 전주와 같은 23만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21만5000명)를 넘겨 주말 발표될 고용지표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원·달러 환율이 2년 3개월여 만에 최고가인 1170원으로 장을 종료한 3일 오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에 한창이다. (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2년 3개월여 만에 최고가인 1170원으로 장을 종료한 3일 오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에 한창이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달러 강세가 나타나자 원화 값은 하향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본격적인 배당금 지급 시즌을 맞은 외국인들의 역송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원화는 내리막길을 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주요 16개국 통화의 미국 달러화 대비 월간 등락률을 집계한 결과, 지난달 한국 원화의 낙폭(2.82%)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같은 기간 일본 엔화 가치는 0.43%, 스위스 프랑 가치는 2.29%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날은 호주 달러화 약세에 원화가 동조하며 환율 상승폭을 키웠다. 호주 통계청이 주택건축허가 건수가 전달과 비교해 감소했다고 발표하자 호주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냈다.

역외시장에 강한 매수세가 들어온 것도 달러 값을 끌어올린 원인 중 하나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서울 외환시장의 매물 공백이 1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부진과 수출 둔화 등 한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뉴스와 겹쳐 역외 시장의 롱플레이(달러 매수)에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1160원대에서는 구두개입을 통해 환시를 안정시켰던 외환당국이 이날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가파른 환율상승이 일시적인 요인으로 급격한 자금유출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거듭되는 수출 부진에 원화 약세를 용인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외국인 투자자 배당 수요가 4월에 집중됐고 GDP 역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 환율에 반영됐다"면서 "신용부도스와프(CDS)프리미엄과 외화차입 가산 금리 등 외환 건전성 지표가 상당히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에 대해 전 연구원은 "외환당국도 소극적 대응에 나서고 있는데 원화 약세가 우리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으나 역외 주도의 급격한 환시 변동성 확대와 더 큰 원화 약세 기대는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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