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연체율 상승추세···정말 위험할까
은행권 연체율 상승추세···정말 위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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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연구소 등 "면밀한 모니터링 필요···좀 더 집중해 관리해야"
은행권 "연체율, 여전히 최저 수준···관리 나서면 경기 악화 가중"
한 은행이 대출 상품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한 은행이 대출 상품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최근 은행권의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경기 하방에 대비해 사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 은행권에서는 연체율 관리는 필요하지만 현 상황에서 미리 대비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의 3월말 기준 연체율은 0.02~0.04%p 상승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0.25%에서 0.29%로 0.04%p 상승했다. 또 KB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0.23%에서 0.27%로, 우리은행은 0.31%에서 0.33%로, KEB하나은행은 0.25%에서 0.29%로 상승했다.

최근들어 대출 연체율은 소폭이지만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매월 발표하는 '원화대출 연체율'을 보더라도 지난 2017년 12월 0.36%를 최저점으로 기록한 이후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특히 지난 2월에는 자영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대출의 연체율이 0.10%p나 올랐고, 가계대출 연체율도 0.05%p 상승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간 개선추세를 보이다 올 들어 중소기업 대출에 집중하는 은행들이 늘면서 상승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도 영세 자영업자,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채무 상환능력이 저하되고 있어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경제연구소나 당국 등은 좀 더 집중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점검 및 시사점' 리포트를 통해 "아직은 금리부담이 낮고 가계대출 규모의 증가세 지속 등으로 건전성이 양호한 것으로 보이지만 금융환경 변화시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면밀한 모니터링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서 연구위원은 이어 "가계부채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주요 데이터가 발표 시점까지 최대 12개월이 소요됨에 따라 현황파악에 한계가 있다"며 "가계부채 관련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것도 연체율 관리의 중요성에 힘을 실어준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은 -0.3%를 기록했고, 향후 전망도 좋지 않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3% 성장하고 주력 기업들의 실적도 악화되고 있어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인 2.6% 달성이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은행권에서는 아직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출 연체율이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여전히 최저점 수준이라는 것이다.

금감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2년만 하더라도 4대 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1%대였다.

국민은행의 2012년 3월 연체율은 1.07%, 신한은행 0.90%, 우리은행 1.19% 수준이었다. 특히 기업대출 연체율은 각각 국민 1.25%, 신한 1.13%, 우리 1.47%를 기록했다.

그러다 한국은행이 금리인하 랠리를 시작한 2012년 3분기부터 연체율도 덩달하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금리가 낮아지면 차주들의 부담이 줄어들어 연체율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인다. 또 분모가 되는 대출 잔액 자체가 증가하기 때문에 연체율이 낮아지는 효과도 나타난다.

은행권은 초저금리 기조가 장기화 되는 현 상황에서 굳이 연체율 관리를 위해 대출을 조이면 더이상 돈이 돌지 않아 안그래도 어두운 경기 전망이 더 어두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 연체율이 상승 추세를 보인다고 하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아주 낮은 수준"이라며 "아직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추이가 전혀 아닌데다 은행 내부적으로도 모니터링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지금 상황에서 연체율 관리를 위해 대출 기준을 강화하는 등 대비에 나서면 오히려 가계나 기업에 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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