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자유한국당을 위한 충고
[홍승희 칼럼] 자유한국당을 위한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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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의 나경원 원내총무가 최근 폭발적 화제를 낳고 있는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 흐름을 두고 북한의 사주를 받아 하는 일이라고 했다. 국민청원이라고는 하나 자신의 당을 해산시켜 달라는 내용이니 화가 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나 원내총무의 그 발언을 듣는 순간 40년이 지나도 80년 광주항쟁을 북한군 소행이라고 했던 신군부세력의 발상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그 발상에 소름이 끼쳤다. 자유당에서 시작해 오늘의 자유한국당까지 이어진 역사가 '보수'라는 일관된 이념을 지켜온 것은 이미 누구나가 아는 것이다. 다만 그 '보수'가 민주주의가 아닌 과연 무엇을 지키려는 것인지 의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은 국민들이 생각하는 바를 그 뜻대로 말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는 데 있음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굳이 민주주의가 아니어도 이미 우리는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서문에서 보듯이 왕조시대에서조차 국민의 뜻을 제대로 펼쳐 밝힐 수 있도록 정치가 노력했다.

집안 선조의 문집을 보다 발견한 상소문에도 '임금은 배요, 백성은 그 배를 띄우는 물이니 그 물이 거세게 출렁이면 배가 뒤집힌다'며 민의를 살피라는 대목이 있어 놀란 적이 있다. 아마도 순자의 글을 인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왕조시대에도 이런 발언들이 나올 수 있을 만큼 언로는 열려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원내총무의 발언은 이 청원에 서명, 참여한 170만 명 이상의 국민을 졸지에 북한의 지령대로 움직이는 괴뢰로 취급하고 있다. 이런 자유한국당의 인식은 참으로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거듭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을 지키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분열시켜 자기 지분만을 키워가려는 파벌싸움으로만 비쳐진 점도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지기반을 지켜내는 데만 관심을 쏟을 뿐 진보세력은 고사하고 중도적 국민의 요구사항조차 외면하는 태도는 아닌가 싶어서다.

실상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이 합당한 일이냐는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실상 이런 서명이 국민청원 형태로 시작되는 데 대해 답변할 수준에 이른 지금 청와대 입장도 참 난감하겠다 싶기도 하다.

자칫 얽혀 있는 여야관계를 더 복잡하게 만들 위험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20만명 이상 서명한 청원에 대해서는 답변하겠다던 청와대의 약속을 외면할 수도 없을 터다.

그러나 한발 물러나 바라보면 이번 국민청원은 법적 조치 자체를 기대한 행위라기보다 많은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일 뿐이다. 여기 서명하는 국민들이 그런 청원으로 정당 하나가 실제로 해산될 수 있다고 믿어서 나서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정말 이 청원운동이 정당해산으로 발전되길 바랐다면 굳이 청와대 게시판을 통하는 방법을 선택했을까도 의문스럽다.

그보다는 손쉽게 국민적 의사를 결집시킬 방법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활용, 언론의 관심을 모음으로써 자유한국당이 그간 보여준 정치 행보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을 표출하고 변화를 요구하고자 한 것일 터다. 그러니 이번 국민청원 운동은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적극적인 자기반성의 기회로 삼아 이념적 편협함을 벗어나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훌륭한 계기를 제공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이 그간 내놓는 반응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여론조작, 국민 편가르기라는 비난은 기본이고 나아가 북한 지령 운운까지 몇 십 년 전의 구태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

지금 자유한국당이 보이는 모습은 제1 야당이고 의석수에서도 거대 정당으로 부족함이 없는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수권정당이기를 포기한 것같은 극단적 반대행진만 계속하고 있다. 국민들은 그런 미성숙한 모습에 짜증을 내고 있다는 사실에 애써 고개를 돌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국민들이 자유한국당에만 짜증을 내는 것도 아니다. 여당으로서의 정치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실상 국민들은 정치실종의 책임을 양쪽 모두에게 묻고 있지만 왜 자유한국당에게 더 강한 질책을 하고 있는지, 그 민의를 읽는 일이 우선할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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