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성일 백주섬유 대표 "영세업체도 먹고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인터뷰] 유성일 백주섬유 대표 "영세업체도 먹고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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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제품의 공략·오르지 않는 납품 단가에 힘겨워"
"중소기업에 집중된 정부 정책, 영세업체까지 미쳐야"
유성일 백주섬유 대표가 엠보 기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전수영 기자)
유성일 백주섬유 대표가 엠보 기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전수영 기자)

[서울파이낸스 전수영 기자] 경제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중소기업들의 살림살이가 악화되고 있다. 대기업들도 숨을 헐떡이고 있는 상황인 것을 감안하면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영세기업들은 여기에서도 빠져 있어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지난 6일 경기도 양주시 사업장에서 만난 유성일(49·사진) 백주섬유 대표도 대기업 및 중소기업에 비해 영세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백주섬유는 섬유 원단에 열엠보, 시레이(cire; 원단에 광을 내는 공정)를 하고 있는 섬유임가공기업이다. 백주섬유는 21년 된 기업으로 연간매출액은 5억원  정도다.

엠보는 올록볼록한 화장지 표면으로 잘 알려진 표면처리공법이다. 특수한 기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각적인 효과를 줄 수 있어 옷이나 핸드백 등 의류 제조 업종에서 포인트를 주기 위해 주로 사용된다. 홈이 파진 금형에 원단을 올리고 롤러를 통해 압착을 해 올록볼록한 표면을 만드는데 금형의 파진 면이 정교하게 깎여야 세밀한 문양을 줄 수 있다.

유 대표는 백주섬유를 운영하기 전 금형 분야에서 일을 했던 경험이 있어 경쟁사들에 비해 좀 더 완성도가 높은 엠보작업이 가능하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1960~70년대 섬유산업 성장기에는 백주섬유 같은 섬유임가공기업들도 호황을 누렸지만 현재는 대구 지역 일부와 경기도 양주 지역에 수십 곳이 남아 있는 정도다. 고객이 원하는 품질을 맞춰야 하지만 그렇다고 최첨단 기술을 요구하는 업종이 아니어서 경쟁이 치열하지는 않지만 섬유산업 자체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어 하루하루 버티기가 쉽지 않다고 유 대표는 설명했다.

더욱이 중소기업조차도 섬유임가공업에 손을 대지 않고 있어 정부의 지원도 거의 없는 상태라고 유 대표는 덧붙였다.

백주섬유가 고객이 요구하는 품질로 제품을 납품하고 있어 아직까지 경영 위기에 몰리지는 않았지만 납품 물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백주섬유는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을 타 아반떼, 스타렉스 차량의 좌석 직물시트를 생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차량이 고급화되고 있어 언제라도 직물시트가 가죽시트로 교체될 수 있어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유 대표는 말했다.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유 대표가 개척한 활로가 가구 쪽이다. 현재 백주섬유는 일부 쇼파 밑을 마감하는 천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 들어 가구제조기업들이 쇼파 밑 천에 자신들의 브랜드를 새기고 있는 추세다.

예전에는 나염 처리된 천을 사용했지만 나염 과정에서 많은 공해물질이 배출될 수 있어 섬유를 많이 사용하는 업체들이 나염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공정을 찾았는데 그중 하나가 엠보였다. 염료를 쓰는 것이 아닌 열을 가해 압착하는 엠보작업은 나염에 비해 공해물질 배출이 거의 없다. 시장 트렌드를 읽고 뛰어들기는 했지만 수요가 얼마나 늘어날지에 대해서는 유 대표도 확신하지 못했다.

엠보 품질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유 대표지만 사양길을 걷고 있는 섬유 시장과 함께 낮은 단가로 무장한 중국제품의 시장 공략에 대해 불안감을 드러냈다.

유 대표는 "20년 전을 100으로 본다면 현재 남아 있는 엠보 업체 수는 10~20정도라 보면 된다"며 "시장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중소 및 대기업들은 국내업체에 맡기기보다 중국에서 엠보 처리된 원자재를 수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예 중국으로 건너가 현지에서 회사를 차려 국내기업에 납품하는 분들도 많다. 납품 단가는 20년 전과 거의 차이가 없지만 그 사이 인건비, 유지비 등이 늘어나면서 국내에서는 사업을 계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을 하고는 싶은데 현재 사업이 워낙 어렵다보니 신규 사업을 진행하기가 두렵다"며 "대부분의 섬유임가공 업체들이 언젠가는 시장이 좋아질 거라 믿으며 그때까지 기다리고만 있다"고 덧붙였다.

유 대표는 정부의 제조업 진흥 정책에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정부가 중소기업 진흥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지만 영세기업의 실태도 조사해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사실 중소기업보다 영세기업이 더 많다. 그럼에도 실질적인 지원책은 미미해 업을 이어가기가 너무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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