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문화 충돌' 금융, 최종 승자는?
[데스크 칼럼] '문화 충돌' 금융, 최종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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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스타트업이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은 핀테크 기업의 대표는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기존 금융과 자기 회사의 경쟁 구도를 ‘문화 충돌’이라고 해석했다.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은 기동력에서 기존 은행 등 금융권과 차이가 난다. 때문에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서도 조직문화 차이에서 비롯되는 양상이 많다. 토스·카카오뱅크 등이 편하다고 고객이 느끼는 이유도 실상 여기서 시작된다.

기존 금융권이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데 비해 핀테크 스타트업은 수평적인 소통 구조로 의사결정이 빠르다. 여기까지는 대부분 알려진 얘기다. 기존 금융권은 리스크관리와 건전성 등을 중시하지만 핀테크 스타트업은 채널 즉 소비자 접점을 더 중시한다.

이러한 두 진영의 차이점에서 향후 어떤 세력이 금융 승자가 될 지는 현재로선 단언하기 어렵다. 핀테크 스타트업의 성장속도가 빠르다 하지만 규모 면에선 아직 기존 금융에 비해 열세이고 기존 금융의 수성 전략도 만만치 않다. 실제 은행 등은 디지털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핀테크들과의 협업을 강화하며 내공을 기르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과거에 GE 같은 기업이 전세계 기업의 롤모델이었지만 지금은 아마존 같은 기업이 모범이 되고 있다. 아마존을 지금도 인터넷 서점과 전자상거래 기업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혁신을 거듭해 클라우드와 IOT(사물인터넷) 등과 같은 사업영역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기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능가할 정도다.

혁신을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 정도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오히려 혁신은 기존에 있던 것에서 출발한다. 인터넷 버블이 꺼질 때 (2000년) 수많은 닷컴 기업의 몰락으로 인터넷은 철 지난 패션이 될 것 같았지만 아마존은 오히려 기존 것에서 새로움을 더해 혁신 불꽃을 꺼뜨리지 않고 지금의 세계적 기업으로 우뚝 성장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회장은 이를 두고 “혁신에는 마지막 금덩이가 없다”고 외쳤다. 미국이 과거 골드러시로 금광 획득에 혈안이 돼 너도나도 미 서부 지역으로 몰려 들었을 때 결국 나중에 금덩이 하나 발견하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그렇다고 해서 혁신이 멈춘 것은 아니다. 전기는 초기에 불을 밝히는 기능 하나로만 여겨졌지만 지금은 안쓰이는 곳이 없고 모든 산업 발전의 기초 인프라에 해당한다. 인터넷도 버블 붕괴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아마존은 인터넷을 마지막 금덩이로 여긴 게 아니라 오히려 계속 탐사의 여정을 늦추지 않았다.

여기엔 도전 정신을 빼놓을 수 없다. 서울 역삼역 출구에 위치해 페이스북, 워너브라더스 등과 함께 입주해 있는 토스(회사명 비바리퍼블리카) 본사 12층의 한 벽에는 이렇게 써있다. ‘슛포더문. 비10X, 낫 10프로(Shoot for the moon. Be 10X, not 10%).

“모든 금융의 모바일 지점이 되겠다”는 토스의 방향성은 새로운 게 아니다. 과거에도 전자금융은 있었고 이를 버전업하며 새로움을 더해 오늘 날 유니콘으로 주목받는 토스가 된 것이다. 토스의 가치는 이 비전 실현을 위해 기존 장벽을 거둬낸 실행력과 도전에 있다.

혁신은 일일우일신(日日又日新)에 있다. 다만 이를 방해하는 규제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핀테크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규제완화 수준에 만족해 하고 있으며 관련 법 통과 등 실제 실행 단계에 이를 것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업계에서 당국의 규제완화에 만족하는 것도 드문 사례다. 다만 핀테크 반대편에 있는 기존 금융의 의견이 꼭 일치하지만은 않는다. 일종의 제로섬과 같이 장기적으로 자신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세력의 문화충돌이 가져올 향후 파장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김무종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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