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이주열 "리디노미네이션 검토 안해"···정치권, 동력 잃나?
홍남기·이주열 "리디노미네이션 검토 안해"···정치권, 동력 잃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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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가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3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가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3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거진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 논란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못 박았다.

경기 둔화 조짐이 곳곳에서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활력 제고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하는 데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리디노미네이션을 결정할 두 주체인 재정·통화당국의 수장이 단호한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정치권과 경제계를 중심으로 불거진 논의는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홍 부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기자들과 만나 "리디노미네이션은 정부가 경제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입장에서 논의할 단계가 전혀 아니다"라며 "사회적 충격도 큰 사안이고 국민적인 공감대와 사전 연구도 굉장히 필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홍 부총리는 "정부로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고, 가까운 시일 내 추진할 계획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리디노미네이션은 기대효과는 있으나 그에 못지않게 부작용도 많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엄중한 경제 현실을 고려할 때 지금은 경제의 활력과 생산성 제고를 위해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리디노미네이션이란 한 국가에서 사용하는 모든 은행권과 주화에 대해 실질 가치는 그대로 두고 액면가를 같은 비율로 낮춰 표현하거나 이와 함께 화폐의 호칭을 새로운 통화단위로 변경시키는 조치를 말한다. 예컨데 1000원을 1원으로 바꾸는 식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2차례에 걸쳐 리디노미네이션이 단행됐다. 1953년에는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의 수습을 위해 100원을 1원으로, 1962년에는 경제개발 재원의 확보를 위해 10원을 1원으로 조정한 바 있다. 2000년대 후반에도 10만원권 발행을 앞두고 리디노미네이션 논의가 점화됐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무산됐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동결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동결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들어 리디노미네이션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이 총재가 지난달 25일 국회 기재위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이제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말하면서부터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대한 원론적 차원의 답변이었다"면서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에선 물꼬를 트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원욱·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음달 13일 '리디노미네이션을 논한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장단점은 명확하다.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것이 지하 경제의 양성화 효과다.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하면 화폐의 액면가가 바뀌기 때문에 기존의 현금을 은행에서 교환해야 하는데, 이 때 지하경제에 음성화 돼 있는 돈이 양지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에 따르면 2010년대 국내총생산(GDP)대비 지하경제 비중은 21.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5.3%보다 높다. 

반면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도 크다. 무엇보다 화폐 단위가 작아지는 데 대한 사용자들의 심리적 저항이 문제다. 명목상 재산이나 소득이 적게 느껴질 수 있어 거부감이 들기 때문이다. 화폐 신권 제작에 필요한 비용은 물론, 신-구 화폐 교환과정에서 현금자동입출금기(ATM)나 은행·증권 시스템 변화에 대한 사회적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현재 경제상황이나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할 때 또 다른 불안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리디노미네이션이 또 다시 거론된 것은 우리경제의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하나의 계기로써 의미를 찾아야 한다"며 "지하경제를 양성화 시키는 방법을 통해서라도 내수 부양이 절실하게 필요한 게 한국경제의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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