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금호그룹 경영권 승계 '빨간불'···박세창 사장 '진퇴양난'
[초점] 금호그룹 경영권 승계 '빨간불'···박세창 사장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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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참여 '아시아나IDT' 매각대상··· 총수일가 신뢰저하 영향력 축소 불가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 (사진=금호아시아나그룹)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 (사진=금호아시아나그룹)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권 승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처한 상황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지난달 부친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해 경영에서 물러나며 오너로서 박 사장의 역할이 기대됐지만 보름만에 그룹이 해체의 길로 들어서게 됐기 때문이다.

박 사장이 그룹 내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아시아나IDT가 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여서 함께 매각 대상에 놓여졌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 또한 금호타이어 회생 과정 등에서 박 전 회장에 대한 신뢰를 잃어 오너 일가의 경영 참여를 배제하고 있기에 앞으로 행보에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되면 총수 일가의 영향력은 상당히 축소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상황에서 박 사장이 경영권을 어떻게 유지해 나갈 것인지 주목된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과 함께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항공 계열사를 전부 포함해 '통매각' 방식으로 진행할 것을 결정했다. 여기엔 아시아나IDT(정보통신 서비스), 아시아나에어포트(지상 조업), 아시아나세이버(항공 예약 서비스) 등 항공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들도 패키지로 묶일 가능성이 높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자회사는 아시아나항공과 시너지를 위해 만든 것인 만큼 가능하면 일괄 매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에어부산(보유 지분율 44.2%), 아시아나IDT(76.2%), 아시아나에어포트(100%), 아시아나세이버(80%), 아시아나개발(100%), 에어서울(100%)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또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는 금호티앤아이와 금호리조트도 지배한다. 금호티앤아이 최대주주는 아시아나IDT(40%)이고 그외 금호산업,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세이버가 나머지 지분을 갖고 있다. 금호리조트는 금호티앤아이(48.8%)가 최대주주이며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세이버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박 사장은 현재 그룹 내 유일하게 직책을 맡고 있는 아시아나IDT가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매각될 경우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박 전 회장과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금호고속 지분을 각각 21%, 31.1%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의 지분 중 42.7%는 이미 산은에 담보로 잡혀있는 상황이기에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되면 향후 지분 가치의 영향력이 얼마나 갈지도 알 수 없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는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IDT 등 계열사'로 구성돼 있다.

당초 재계에서는 박 사장이 아시아나IDT 상장으로 경영 능력을 입증한 뒤 아시아나항공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승계 준비에 나설 것으로 봤으나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정됨에 따라 박 사장의 향후 거취가 불확실해졌다. 박 사장은 2002년 아시아나항공으로 입사한 뒤 금호타이어와 그룹 전략경영본부 등에서 근무하면서 경영 수업에 꾸준히 힘을 쏟아왔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이뤄지고 나면 금호그룹 계열사는 금호고속과 금호산업, 금호리조트 정도가 남는다. 이는 결국 그룹 전체 자산 규모가 11조4476억원에서 4조5644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어 상호출자제한이 적용되는 대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재계 서열 25위권에서 60위권 밖으로 밀려나 중견기업으로 전락할 전망이다. 

박 사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후 조부인 고(故) 박인천 창업주가 세운 그룹의 모태 '금호고속'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최근 언론과 만나 "조부께서 창업하신 회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어떤 다른 의도도 갖지 않고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전념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조부가 창업한 회사를 지키겠다'는 그의 말은 그룹 전체 경영권을 되찾아오겠다기보다는 금호고속 등 그룹 기반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양대 항공사 모두 3세 경영체제로 전환하려던 그룹 승계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금호의 경우 박 전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났고, 핵심 계열사가 매각되는 점에서 박 사장의 역할과 책임이 커질 수 밖에 없는데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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