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아시아나 결국 판다···SK·한화·CJ 등 후보군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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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 15일 긴급 이사회 의결···"경영정상화 위한 최선의 선택"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3.47%를 보유한 최대주주 금호산업은 15일 오전 서울 공평동 본사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채권단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매각 주간사 선정,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3.47%를 보유한 최대주주 금호산업은 15일 오전 서울 공평동 본사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채권단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매각 주간사 선정,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결국 아시아나항공의 끈을 놓았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핵심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설립된 지 31년 만이다.

이로써 금호아시아나그룹엔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금호리조트만 남게 된다. 그룹 전체 연간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가 분리되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재계 서열 25위권에서 60위권 밖으로 밀려나 중견기업으로 전락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후보군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올 경우 항공기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한화그룹과 면세점 등 부문별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롯데그룹, CJ그룹 등이 인수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중 특히 항공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SK그룹이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3.47%를 보유한 최대주주 금호산업은 15일 오전 서울 공평동 본사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채권단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매각 주간사 선정,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방안을 고심했다"며 "그 결과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것이 모두에게 시장의 신뢰를 확실하게 회복하는 것이라 여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의 미래 발전과 아시아나항공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1만여 명의 임직원들의 미래를 생각해 매각한다"고 덧붙였다.

◇빚 갚느라 정신없는 금호, 올해 안에 1조3000억원 마련해야

금호산업은 이날 공시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지분 처분 목적에 대해 "회사의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한 것은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 'BBB-'인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가 오는 25일 만기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아시아나항공이 자금지원을 받지 못한 채 회사채 만기를 맞는다면 1조3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바로 갚아야 하는 위기에 놓이게 된다. 채권단의 지원 없이 금호아시아나가 자력으로 마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앞서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9일 박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을 담보로 맡길 테니, 채권단이 5000억원을 더 지원해달라는 내용의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지분은 박 전 회장의 부인 이경열씨(3.1%)와 딸 박세진씨(1.7%)의 지분을 합친 4.8%(13만3900주)다.

그룹의 지주회사인 금호고속 지분은 박 전 회장이 31.1%,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21.0%를 갖고 있지만, 이들의 지분 중 42.7%는 이미 산은에 담보로 잡혀 있다. 만일 자금 지원을 받고도 향후 3년간 경영 정상화를 하지 못하면 채권단이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다른 곳에 팔아도 이의를 달지 않다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채권단은 "금호아시아나의 자구계획에 실질적 방안이 없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미흡하다"며 자구안을 거부했다. 특히 대주주의 책임있는 노력이 없다며 박 전 회장을 겨냥해 퇴진 및 추가적인 사재출연, 유상증자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했고,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조건을 담은 수정 자구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 무리한 사세 확장 '승자의 저주'···금호그룹, 자산규모 1/3로 줄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전체 연간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함으로써 사실상 그룹 자산이 3분의 1 규모로 쪼그라드는 셈이다.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IDT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6조2012억원으로, 이는 같은 기준 금호아시아나그룹 매출액(9조7329억원)의 63.7%를 차지하는 규모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에어부산(보유 지분율 44.2%), 아시아나IDT(76.2%), 아시아나에어포트(100%), 아시아나세이버(80%), 아시아나개발(100%), 에어서울(100%) 등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자회사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을 패키지로 묶어서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같은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전체 매출에서 70% 이상이 빠질 수 있다. 

앞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재계 서열 7위까지 올랐었다. 하지만 '승자의 저주'는 잔인했다. 무리한 사세확장으로 빚더미에 올라앉게 됐고 주력 계열사를 줄줄이 매각하면서 재계 서열이 25위까지 떨어진 상태다.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 자산 규모 11조4476억원에서 아시아나항공(6조8832억원)을 제외하면 4조5644억원으로 줄어든다.

이는 재계 60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산 규모 5조원 이상 기업 60곳을 대상으로 지정하는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공시대상기업집단 59위 유진그룹과 60위 한솔그룹은 각각 자산총액 5조3000억원, 5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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