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진 등 경기 하방리스크 확대"···그린북 '긍정 모멘텀' 삭제
"반도체 부진 등 경기 하방리스크 확대"···그린북 '긍정 모멘텀'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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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 단어 2년 4개월 만에 언급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정부가 최근 경기에 대해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으며 주요 실물지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기획재정부는 12일 공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4월호에서 한국 경제 상황에 관해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 반도체 업황 부진 등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하방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이라고 평했다.

이어 설 연휴 요인을 배제한 1∼2월 평균 동향을 보더라도 광공업 생산과 설비투자, 수출 등 주요 실물지표 흐름이 부진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린북에 '부진'이라는 단어가 쓰인 것은 2016년 12월 이후 2년 4개월 만의 일이다. 

홍민석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는 경기가 부진하다고 표현했고, 그린북에서는 광공업생산, 설비투자, 수출 등 주요 지표를 주어로 삼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달 그린북에서 생산·투자·소비 등 산업 활동지표의 '트리플 증가'를 언급하며 한국 경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요 산업 활동지표가 전월 대비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부진한 흐름에 초점을 맞췄다.

그린북은 "2월 생산의 경우 광공업(-2.6%), 서비스업(-1.1%), 건설업(-4.6%)이 모두 감소하면서 전산업 생산이 전월 대비 1.9%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2월 소매판매와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각각 -0.1%, 1.9% 감소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2월 경기동행지수는 0.4%p, 전망을 보여주는 선행지수는 0.3%p 각각 떨어졌다.

수출은 예상보다 빠른 반도체 가격 조정과 세계 경제 둔화 영향으로 3월에도 감소세가 이어졌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잠정지표를 보면 3월 국산 승용차 내수판매량은 전년 동월보다 1.7% 줄었고 백화점 매출액과 할인점 매출액은 각각 1.3%, 2.0% 증가했다.

승용차 내수판매량 감소는 파업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3월 카드 국내 승인액은 3.5% 늘었고 한국을 찾은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수는 26.5% 증가했다.

다만 경제 심리 지표는 전월에 이어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그린북은 3월 소비자심리지수가 전달보다 0.3p 넉 달 연속 개선되고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 실적치가 4p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망치는 전월과 동일했다.

3월 취업자 수는 일자리 사업 효과, 서비스업 증가 지속 등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만명 늘었고, 실업률은 0.2%p 하락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농·축·수산물 및 석유류 가격 하락세와 개인 서비스 상승세 둔화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0.4%p 상승하는 데 그쳤다.

3월 금융시장에서 코스피(KOSPI·종합주가지수)는 전월 대비 낮은 수준, 원화는 약세, 국고채 금리는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달 주택시장에서도 수도권과 지방에서 모두 주택 매매가와 전셋값이 하락하고 거래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고 그린북은 설명했다.

지난달 그린북에서는 '연초 산업 활동 및 경제 심리 지표 개선 등 긍정적 모멘텀'을 언급했지만, 이달에는 해당 표현을 삭제하고 하방 리스크관리를 강조했다.

리스크 요인으로는 미·중 무역갈등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등 상존하는 불확실성과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 반도체 업황 부진 등을 꼽았다.

정부는 그린북을 통해 "추가경정예산안을 신속히 마련하고 투자·창업 활성화, 규제혁신, 수출 활력 제고 등 주요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리스크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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