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주식회사의 근본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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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3월 말이 되면 상장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말결산 회사들의 주주총회가 집중된다. 그러다보니 주주총회에 적극 참여하고자 해도 모두 참석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그동안은 의결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의결권을 대리하는 관행이 오랜 기간 이어져 왔다. 하지만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이 폐지되면서 주주총회 개최와 안건 통과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많다고 ‘주총대란’이라는 언론의 호들갑이 헤드라인에 등장하기도 한다. 의결권 대리행사가 안되니 한꺼번에 몰린 주총 일정에 안건 통과를 위한 정족수 채우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물론 섀도보팅이 묵인되던 시기에도 하루에 수십 개 회사가 한꺼번에 주총을 열곤 하는 상황을 ‘주총대란’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섀도보팅을 활용해 의결권 정족수 미달사태를 초래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런데 올해는 안건 처리가 불가능한 사례들이 속출했다고 아우성을 치는 것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섀도보팅이 기업 오너들의 경영전횡을 뒷받침하는 많은 문제들을 이어왔기에 섀도보팅 자체를 부활시킬 수는 없다. 새로운 환경에 기업 스스로 적응하는 방안을 모색해야만 하는 것이다.

다만 주총이 불과 보름 사이 모든 상장사가 몰려 치르도록 돼 있는 법적 규정들을 개선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도 섀도보팅 폐지로 인한 기업들의 어려움 해소를 위한 관련법안 개정을 포함한 종합방안을 내놓기로 했고, 박용진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4월 대표발의했던 상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에 제출돼 있는 상태여서 국회가 정상작동만 된다면 내년 주총시즌은 올해보다 개선될 여지도 있다. 물론 국회통과에 얼마나 시간이 소요될 지를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려워 내년 적용은 어려울 수도 있지만.

12월 결산법인은 3월말까지 사업보고서를 제출해야하는데 통상 사업보고서 제출 전 주총을 개최하기 마련이다. 이는 상장법인의 사업보고서에 들어가는 재무제표가 주총 승인을 받은 재무제표라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용진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사업보고서를 먼저 제출하고 주총을 열도록 함으로써 주총 개최 시기를 보다 폭넓게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럴 경우 주총이 3월 말에 집중되는 대신 상반기 중 언제라도 열 수 있게 돼 시기적인 집중현상은 상당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간 기업 입장에서도 주총에 무관심했고 주주들 역시 주총에 큰 의미부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섀도보팅에 의존해 기업이 원하는 대로 안건 처리를 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고 실상 주주들의 참석률이 높아지는 것을 고의적으로 훼방하는 사례들도 적잖게 있어왔었다.

그런데다 고도성장기에는 주가차익만을 기대하는 소액주주들이 주총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소액주주의 발언권도 약하고 또 기업 측이 심어놓은 어용 주총꾼들에게 마이크가 집중되는 현상은 흔했기 때문에도 대다수 주주들은 주총에 흥미를 못 가졌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전자투표제까지 도입하고도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안건 통과를 못한 기업 수가 152개사에 달한다는 보고다. 물론 그런 노력조차 하지 않은 기업들은 월등히 많다.

그러나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소액주주들의 힘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음을 보여준 사례들이 나타나면서 양상이 바뀌고 있다. 일단 일부 주총장에서는 자리 부족사태가 빚어지며 입장하지 못한 주주들의 항의 소동이 벌어지는 모습이 TV화면에 비치기도 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행동주의펀드로 분류되지만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와는 양상을 달리하는 강성부펀드가 보여준 영향력이었다.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퇴진을 이끌어내면서 그 파워를 과시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성부펀드가 미국식 펀드와 궤를 달리 한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단기적 이익만을 쫓아 치고 빠지기보다 장기적인 주식가치 보전에 관심을 보이며 해외 헤지펀드의 공격으로부터 국내 토종기업들을 방어하는 역할도 수행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런 이미지는 펀드 밖에 있는 소액주주들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론 올해 주총에서 거둔 주주 파워의 승리들은 강성부펀드 단독의 힘으로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이 기관투자가에 대한 그간의 인식을 불식시킬 만큼 주주로서의 이익 확보에 적극 나선 점이 맞물린 결과여서 앞으로 주총의 변화에 더 큰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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