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종의 세상보기] 속초 도심까지 위협한 강원 산불
[김무종의 세상보기] 속초 도심까지 위협한 강원 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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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불이 코앞까지 와 있는데 엄마가 피신을 안 하려 해. “

동생의 전화 목소리는 울먹이며 다급했다. 고향 지역에 간혹 산불이 나곤 해 그러려니 했지만 TV 뉴스를 켜보니 상황이 매우 심각했다. 현지 지형을 잘 아는 만큼 상황의 심각성이 금방 와 닿았다.

특히 문제는 강풍이었다. 성인이 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바람이라면 언제 불씨가 집으로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집은 속초 중앙시장(속초관광수산시장) 인근이다.

대피명령이 내려졌다 하고 교동 쪽에 피신 행렬로 차 들이 몰려 마비되는 게 TV화면으로 보인다. 아차 하다간 거동이 불편한 어른이 화를 당할까 우려되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일단은 대피하는 게 우선이었다. 속초소방서도 위험한 상황이어서 인근 여동생 집도 위기 순간이었다. 여동생은 어머니를 간신히 설득해 모시고 속초 아래 쪽으로 밤늦게 피신했다.

주말에 현장을 찾아봤다. 상황은 심각했다. 속초 시내만 빼고 영랑호, 장사동 등 위쪽이 모두 타버렸다. 속초 영랑호는 호수를 끼고 빙 둘러 있는 리조트의 단독주택들이 거의 모두 불타 뼈대만 앙상히 남았다. 타워형 메인 리조트(신세계영랑호리조트) 건물만 간신히 버티었을 뿐 바로 앞 야산이 시커멓고 인근 건물들은 전소됐다.

고성 쪽 도로 위로 올라가니 도로변 집들도 새까맣게 타버렸다. 경동대학교 인근 봉포항 직전까지 산불이 덮쳐버렸다. 동해 바다 근처까지 피해가 미친 것이다. 다시 속초 방향으로 틀어 고성에서 속초로 향하는 시내 우회도로는 주유소만 빼놓고 도로변 양 옆 건물이 다 타버렸다. 주유소가 터지면 상황이 더 걷잡을 수가 없어 진화에 안간힘을 쓴 것 같다.

속초 영랑호와 거리를 수놓은 벚꽃들은 화마의 무참한 침탈을 아는 지 모르는지 비장하게 화려함을 뽐내고 있었다. 아이러니했다. 화재와 피해 소식을 들은 관광객들이 계획을 취소했는지 주말이면 명동처럼 사람들이 빼곡한 속초시장 인파는 평소의 10분 1도 안됐다.

이번 산불은 미시령 아래에서 시작한 불씨가 바람의 방향(동북)만 아래로 조금 바꿨더라도 강풍에 몸을 싣고 속초 시내까지 전소시킬 위기였다. 도심은 운이 좋은 셈이었다. 다음에 이런 일이 없어야겠지만 같은 상황에 강풍 방향에 따라 시내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는 개연성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도심까지 위기로 몰아넣은 이번 산불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자연의 경고를 허투루 듣지 않고 재난 대응책을 촘촘히 세워야 한다.

전국에서 소방 장비가 달려오고 소방관의 헌신은 눈부셨다. 이는 소방본부가 2017년 행정안전부 외청으로 독립하면서 대형재난에는 관할지역 구분 없이 대응하도록 비상출동시스템을 정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형 재난에 대비해 이 같은 협업체계를 시스템화해야 한다. 현재도 지자체간 협업을 담당하는 직제가 있는 것으로 안다. 이들 기능을 강화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야 한다.

또한 소방직의 국가직 전환도 ‘국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최우선 순위로 놓고 검토해야 한다. 강원소방본부 인력은 정원보다 25%가 부족하다. 장비 부족은 말할 것도 없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8일 오전 6시 기준 고성 335채, 강릉 71채, 속초 60채, 동해 12채 등 주택 478채가 불에 탔다. 이재민은 현재 고성 651명 등 총 829명이 발생했다.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이 속히 생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만반의 지원이 있길 바란다. 아울러 화재 진압을 위해 헌신의 노력을 해 준 소방관과 경찰, 군, 산림청, 지자체 관계자, 시민들께 감사드린다.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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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군 1492 2019-04-08 18:02:19
좋은글 좋은정보 공감가는 이야기입니다

독립군 1492 2019-04-08 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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