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빌딩 속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을 보장하나" 반박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아침에 화장해서 얼굴은 말끔한 것 같지만, 저는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저를 상대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층고를 높여달라, 용적률을 높여달라 (요구하는지 아십니까)..."
박원순 서울시장은 8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골목길 재생 시민 정책 대화'에서 재개발·재건축 관련 요구들에 "여러분, 제가 피를 흘리고 서 있는 게 안 보이느냐"면서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박 시장은 앞서 전면 철거 방식인 현행 재개발 사업을 '보존 및 재생'을 병행하는 형태로 바꾸겠다는 '박원순식 재개발' 계획을 발표했고, 이에 서울 노후 아파트 주민들이 서울시를 상대로 재건축 인허가를 요구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강남구 은마아파트 주민 300여 명은 서울시청 앞에 모여 박 시장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고,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주민들도 단지 내 '박원순 거짓말쟁이' 등의 대형현수막을 내걸고 9일 시청 앞에서 2000여 명이 참석하는 시위를 예고해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박 시장은 '피를 흘리고 있다'며 자신을 향한 불만 섞인 목소리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는 것이란 분석이다.
박 시장은 "과거 뉴타운, 재개발 이런 것을 통해 건물이 끊임없이 높아졌고, 우리가 길을 가다가 이렇게 위로 보고 다녀야 한다"면서 "사람들이 개미구멍처럼 집을 찾아 들어가면 옆집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연 이것이 서울의 미래이고 우리의 행복한 삶을 보장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박 시장은 지난해 강북구 옥탑방에서 진행한 '한 달 살기'를 언급하며 "옛날 쌀집, 이발관, 전파상 이런 것이 없어지고, 길가에 있는 프랜차이즈, 대형마트로 다 갔다"면서 "전 세계 불평등, 99대 1의 사회를 만든 원천이라는 깨달음을 가졌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