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울시의 조급증이 낳은 재건축 단지의 눈물
[기자수첩] 서울시의 조급증이 낳은 재건축 단지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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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재건축 아파트를 향한 대중의 시선이나 평가는 많이 박한 편이다. 높은 미래가치(투자수익)를 지녔다는 것을 감안해도 값에 거품이 지나치게 끼어있다는 게 대다수의 시각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재건축 단지의 몸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았다. 특히 금싸라기 땅이라고 불리는 강남권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현실이 됐다.

최근엔 침체된 시장 분위기에 거래가 끊기면서 주춤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전용면적 50㎡ 남짓의 방 3개짜리 집 호가가 20억원에 달하는 것을 보면 시장의 날카로운 비판이 어느정도 이해가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번갈아가면서 규제를 쏟아내는 배경이기도 하다. 정부는 정비사업 추진 단지를 과열된 집값의 주범으로 꼽으면서 안전진단 강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시행 등을 추진하기 바빴고, 그 과정에서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집값 안정'에 일조했다는 평을 얻기도 했다.

문제는 최근 서울시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다. 지난달 서울시는 성냥갑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비판을 피하겠다며 '도시건축혁신안'을 발표했다. 정비사업의 모든 과정에 공공이 개입해 용적률과 임대주택 비율, 층수 등을 관리·조정하겠다는 것이다.  독창적인 건물을 지어 천혜의 경관을 얻겠다는 목적인데, 그 의도는 좋다. 시의 계획대로라면 머지않아 서울 시내엔 다채로우면서도 공공성이 더해진 최상의 결과가 입혀지게 된다.

하지만 업계에선 '도시·건축의 혁신'에 대한 기대보다는 정비사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서울시에 대한 걱정이 만연하다. 주거환경 개선은 차치하고 되레 정비사업 추진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것. 어찌보면 이런 걱정은 당연하다. 지난해 서울 용산과 여의도 마스터플랜(개발계획)을 발표했다가 집값 급등이라는 부작용만 낳은 채 이를 철회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초과이익환수제라는 강력한 규제가 있음에도 공공이 정비사업 개입을 강화하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는 물론이고 의도만 앞선 행정이라는 논란을 부추기기에 충분해 보인다.

여기에 갈수록 깐깐해지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는 일부 재건축 단지들의 불만을 고조시키고 있다. 서울시의 요구대로 정비계획안을 수정했음에도 번번이 퇴짜맞고 있는 은마아파트와 잠실주공5단지 조합원들은 집단행동을 위해 거리로 나왔다.

계속해서 악재만 더할 뿐, 정작 추진돼야 할 재건축 사업은 고의로 미루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은마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추진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주민 4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시위를 벌였으며,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은 오는 9일 조합원 2000여 명이 모여 시위에 나설 계획이다.

이쯤 되자 서울시가 재건축을 잡아야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무리수를 던지는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재건축·재개발이 꼭 투기의 집합체는 아니다. 투기수요를 차단하고 집값 과열을 막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지금은 무리한 겹규제보다는 조급증을 버리고 무엇이 시민들을 위한 길인지 차분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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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2019-04-06 13:40:18
재건축될거라는 희망에 집도 못팔고 있는 우리서민들은 어찌해야되는지 답답했는대
기자님의 기사를 읽으면서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었습니다
이기자님 감사합니다!

서울시민 2019-04-05 19:37:06
정확히 보고 계시는 기자분이신것 같습니다 누구를 위해서 서울시가 있는건지 모를정도입니다

김최고 2019-04-05 18:01:35
기사 잘 보고있습니다
훌륭한 기사 감사합니다
공감하고 항상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