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어느 교육공무원과 K팝 스타들
[홍승희 칼럼] 어느 교육공무원과 K팝 스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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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예계에서는 잘 나가던 소위 K팝 스타들이 줄줄이 성적 추문을 넘어선 심각한 성범죄에 연루되어 마치 벌집을 쑤셔놓은 듯하다. 그런 기사들 틈새로 여성 동료 및 부하직원들에게 성적 불쾌감을 주는 발언을 하거나 옷차림, 머리모양까지 간섭한 행위로 정직처분을 받은 한 교육공무원이 정직처분이 부당하다고 제소했다가 기각당한 기사가 보인다.

전혀 다른 별개의 사건이면서도 교육계의 사건과 연예계의 사건 사이에는 우리 사회의 병든 단면이 공통적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여성을 물화(物化)한 비틀린 시각이 양쪽 사건 모두의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이는 명백한 사회적 폭력이다. 일반적으로는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피해자라는 식으로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확장해보면 이런 현상은 단순히 여성에게만 가해지는 폭력이 아니다. 힘없는 타인, 상대적 약자를 향한 폭력과 궤를 같이하는 것인 동시에 인간과 인간 사이의 동질성에 대한 인식이 결여된 반사회적 의식의 출발점이나 다름없다.

연예인들의 범죄적 행위와 교육공무원 개인의 성차별, 성희롱 행위 사이에 차이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해당 교육공무원의 경우 대중문화의 세례를 받았다 할지라도 기본적으로는 장기간 우리 사회를 관통해온 가부장적 문화의 관습적 결과물에 속한다면 연예인들의 경우는 철저한 자본논리에 의해 길러진 자본주의적 결과물로 구분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의 경우는 대체로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발을 디디면서부터 개성을 가진 인간이기 이전에 잘 다듬어진 연예상품으로 길들여진다. 그렇게 길러진 젊은이들이 쏟아지는 대중적 관심에 취하다보면 자아성찰의 기회를 갖기 어려워질 가능성은 커진다.

게다가 대중 속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폐쇄적 집단 내에서 그들끼리만 어울리다보면 사회적 미성숙상태가 지속되면서 그들끼리 향유하는 행위들이 범죄라는 인식조차 제대로 못할 위험성도 크다. 그들에게 사회 공동체의 윤리를 가르칠 장치는 거의 없고 연예기획사들은 그들을 연예상품으로 내돌리며 종종 그들의 부모조차 자식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에만 시선이 갈뿐 그들의 인성결핍을 눈여겨보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학교 교육과정에서도 인성교육이 자리할 여지가 별로 없는 상황이지만 그나마 일찍 연예계에 발 디딘 이들이라면 학교생활조차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부모와도 떨어져 그들끼리 지내며 그들의 세상은 극히 좁아지게 되니 정상적인 교육과는 멀어지기 쉽다.

지금은 사회적 질타가 쏟아지고 수사기관들의 조사가 이어지다보니 대중 앞에서 고개 숙인 모습을 보일지라도 기본적으로 그들이 스스로의 행위가 잘못이었다고 느끼고 반성할지는 미지수다. 그저 잠시 소나기를 피하면 된다는 생각에 머물 가능성이 오히려 크다.

이런 모습은 징계 받은 교육공무원이 정직 처분이 부당하다고 제소한 사건에서도 그대로 발견된다. 많은 여성 동료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교육당국이 그에 따른 징계를 내린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공무원은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만연돼 있던, 관습적으로 용인돼 왔던 행동일 뿐이라고 그 스스로는 자기 합리화를 시키고 있을지 모르나 피해 동료들 입장에서는-그 교육공무원이 피해 여성들을 동등한 동료로서 인정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함께 일하는 자체가 고통이었을 것임은 전혀 그의 고려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다.

가해 남성들이 피해여성들과 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기본적 인간관계를 머릿속에 갖고 있었다면 벌어지지 않을 수많은 사건들이 우리 사회에서는 수시로 일어난다. 이는 여성과 남성 사이에서만이 아니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수시로 벌어지는 집단 따돌림이나 크고 작은 폭행, 폭언 사건들 역시 입장 바꿔 생각해보는 인간관계 훈련이 안되어 있어서 발생한다. “내가 상대방의 입장이라면-” 하는 생각 한번 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 사고들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학교가 학원과 다른 점은 바로 그런 인간관계를 배울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많은 부모들은 학교의 기능과 학원의 기능을 구별하려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부모들 스스로가 자식들과 밥상머리 교육조차 할 생각도 못하며 우리의 어린 세대들은 그렇게 버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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