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대형화의 그늘 2-높아지는 시스템 리스크
은행대형화의 그늘 2-높아지는 시스템 리스크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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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간 상호의존도 심화...유동성 위기 도미노 우려
大馬不死 기대 불식, 경쟁압력 유지 필요.


생각하기 끔찍하긴 하지만 이런 가정을 해 보자. 2003년 말, 다시 한 번 우리나라에 외환위기가 닥쳐온다고.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97년 외환위기가 여름철 소나기처럼 다가왔듯이 세계경제의 오묘한 운행에 따라 언제고 다시 닥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97년 말 당시 은행 수는 농·수협 포함 29개였지만, 지금은 서울·조흥은행 매각으로 12개에 불과하다. 만약 국민은행이나 우리금융지주가 무너진다면 그 파급효과는 어떻게 될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난 위기 때 평화, 대동, 동화은행 등이 무너질 때와는 질적으로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타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 개인 및 기업고객에 미칠 부담, 한국경제 전체에 미칠 여파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大亂’임에 분명하다.

이처럼 은행 대형화가 진전됨에 따라 ‘시스템 리스크’ 역시 급속히 상승하고 있다. 연세대 함준호 교수는 지난 11일 ‘한국의 금융개혁 경험 전수를 위한 세계중앙은행 워크숍’에서 “그 간의 괄목할 만한 구조조정 성과와 규제·감독제의 개선노력에도 불구하고 은행부문은 새로운 위험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은행의 대형화·집중화 현상은 전체 금융제도 시스템 위험을 상승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함 교수는 “은행 자체적으로는 업무영역 다각화를 통해 위험분산이 가능하나 대형은행간 자산구조 및 위험특성이 점차 유사해지고 단기자금시장, 파생상품거래, 지급결제시스템 등을 통한 상호의존도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대형은행이 부실화될 경우 파급영향을 우려한 정책당국의 규제유예 가능성이 상존해 감시기능 유인이 저하되므로 시스템 위험을 통제하기 위한 정책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중·소형 은행과 달리 대형은행이 퇴출될 때 ▲유동성 위기의 도미노 현상 ▲전체 지급결제 시스템 연쇄 마비 ▲거래기업 및 개인고객 연쇄 도산 등이 우려된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 거액결제 시스템에서 상위 3∼4개 대형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이상. 일 평균 12조를 상회하는 차액결제에서도 상위 3개 은행의 지급규모가 전체 차액결제금액의 40∼50%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특정 은행에 지급결제시스템이 과도하게 의존될 경우 시스템리스크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기 힘들어진다.

이를 막기 위해 감독당국은 대마불사 형태의 관용정책을 사용할 확률이 높아 사회 전체적으로는 금융안정망(financial safety net) 유지비용이 크게 증가하는 효과를 불러온다. 또한 중·소형 은행들은 대형은행을 목표로 한 강화된 감독기준 때문에 손해를 보는 부분도 생긴다.

대표적인 예가 은행의 비상금에 해당하는 국공채담보예치금 증가 현상이다. 은행 규모에 관계없이 일괄 적용돼 대형은행 기준으로 예치하다보니 소형은행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

이에 함 교수는 “겸업의 활성화, 금융산업의 지속적 개방 등을 통해 경쟁압력을 유지하고 대형은행에 대한 시장의 대마불사 기대를 불식시키며, 은행의 재무상태와 위험수준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시장에 공개되도록 관련 공시제도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정책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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