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례 본보기? ···'발행어음 부당대출' 한투證 명운 '촉각'
첫 사례 본보기? ···'발행어음 부당대출' 한투證 명운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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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제재심서 4개월 논란 종지부 찍을 듯···첫 발행어음 사업자 첫 제재
경징계냐 중징계냐 '주목'···"징계 수위 어떻든 후발주자·시장 전반에 영향"
사진=서울파이낸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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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발행어음 부당대출' 혐의를 받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 수위가 3일 결정된다.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간 답보 상태에 있던 사안이 어떤 결과로 도출될지 관심이 모인다. 첫 발행어음 사업자가 처음으로 제재를 받는 경우 한투증권이 받아들일 결과에 대해 증권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부당대출 혐의를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 제재심을 열였지만, 양측의 공방이 장기화하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세 번째로 안건이 상정되면서 넉 달간 이어졌던 논의에 종지부가 찍힐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감원은 초대형 투자은행(IB)인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업무 과정에서 최태원 SK 회장의 개인대출 이력을 문제 삼으며 기관경고, 임원 해임 권고, 일부 영업정지 등의 중징계를 예고했다. 자본시장법상 단기금융업(발행어음)의 경우 개인 신용공여 및 기업금융 업무와 관련 없는 파생상품 투자가 금지돼 있다. 또한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은 기업대출 등 기업금융에만 사용 가능하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7년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1673억원을 특수목적회사(SPC)인 '키스아이비제16차'에 대출해줬다. 이후 키스아이비제16차는 이 자금으로 SK실트론 지분 19.4%를 인수했다.

당시 이 SPC는 최태원 회장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있었다. TRS는 주로 실제 투자자가 주식매입 자금이 부족할 때 실시하는 계약으로 주가 변동에 따른 이익이나 손실을 부담해주며 자기 자금 없이도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 최 회장이 TRS 계약으로 SK실트론 지분 19.4%를 확보한 것이다.

금감원은 이 거래가 사실상 기업대출이 아닌 개인대출로 보고 초대형IB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발행어음 조달자금으로 사실상 최 회장에게 SK실크론 매입자금을 대출해줬다는 것이다. 형식상으로는 한국투자증권과 최 회장 사이에 SPC가 끼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자본시장법상 금지된 개인대출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SPC라는 '법인'에 투자한 것으로 개인대출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업금융 업무의 하나로서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앞선 제재심에서도 이런 논리를 내세워 적극적으로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달 5일, 금융위원회는 자문기구인 법령해석심의위원회를 열고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부당대출 위반 여부에 대한 법적 해석을 구했다. 법률 전문가로 이뤄진 법령심의위는 '대출에 문제가 없다'는 요지로 한투증권 측 우호적 의견을 제시했지만, 금감원은 중징계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 사안을 두고 저마다의 해석이 엇갈리는 가운데, 조만간 나올 제재심 결과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징계가 거의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는데, 관건은 한투증권에 내려질 징계 강도"라며 "어떤 결론이 내려지든 발행어음 사업을 준비하는 후발 주자를 넘어 시장 전반에 직간접적 영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한 고위 관계자는 "한투증권의 위법성을 증명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공들여 온 금융당국이 이번에 본보기 차원에서 강한 철퇴를 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재재 관련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회사 입장이나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밝히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제재심에서 나오는 결정을 두고 앞으로의 일정이나 방향 등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사옥(사진=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사옥(사진=한국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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