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가 뭐길래?···코오롱 도덕성·재무 리스크 뇌관되나
'인보사'가 뭐길래?···코오롱 도덕성·재무 리스크 뇌관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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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비 처리 방식·고의성·임상취소 여부 '관건'
무릎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사진=코오롱생명과학)
무릎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사진=코오롱생명과학)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에 대해 판매중단 조치가 내려지면서 제약업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무엇보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재무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로 증권가에서는 연구개발비 처리 방식에 주목한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인보사의 주성분 중 1개 성분(2액)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세포와 다른 세포인 것으로 추정돼 코오롱생명과학에 제조·판매중지를 요청했다고 31일 밝혔다. 이어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날 해당 제품에 대해 유통·판매를 중지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식약처의 요청에 앞서 미국에서 임상시험 3상을 하던 중 2액 성분이 한국 허가 당시 제출 자료와 다르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식약처에 통보했다.

이에 '임상 취소' 등과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코오롱생명과학의 위상 등을 감안할 때 코오롱그룹의 재무리스크 부각은 물론 도덕성 훼손 등 치명적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인보사의 개발 기업인 코오롱티슈진은 코스닥 상장 두 달 전쯤인 2017년 9월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해온 인보사에 대한 연구개발비를 대부분 자산으로 변경 처리했다. 그 결과 당시 코오롱티슈진의 재무제표상 무형자산은 222억원으로 평가됐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무렵 "신약개발의 경우 임상 3상부터 연구개발비용을 자산화 처리할수 있다"는 금융위원회의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서, 기존 비용으로 처리해온 인보사의 개발 비용의 대부분이 자산으로 잡혀 우량한 재무구조를 갖추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2017년 11월 국내 코스닥에 상장한 코오롱티슈진은 3년 연속 적자 기업에 적용되는 관리종목 지정도 피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인보사의 주성분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달 15일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실시하는 검사결과에 따라 품목취소, 상당기간 동안의 제조판매 중단 등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 경우 연구개발비 중 자산으로 분류해둔 금액 중 상당 부분을 비용으로 변경해야 할 상황을 상정해야 한다.

식약처의 인보사에 대한 검사는 주성분 1액과 2액 가운데, 2액의 세포가 2017년 품목허가 당시와 비교해 변경됐는지(당초 'TGF-β1'→ 변경후 'GP2-293세포') 뿐 아니라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다. 식약처는 주성분이 변경된 과정에 있어 원료 제조사인 코오롱티슈진의 고의성 여부가 있었는지도 파악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 보건당국인 FDA의 경우 주원료가 바뀐 자체만으로도 엄격한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 FDA의 제재가 확정될 경우 2023년으로 예상된 미국에서의 제품 판매 시작 시기도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인보사의 개발비를  회계적으로 처리하는 데 있어 손실이 크게 늘어날 우려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제약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인보사의 주성분이 변경된 것 자체만으로도 FDA가 '임상취소' 수준의 제재를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주성분이 변경됐다는 것은 돼지 삼겹살을 주성분으로 하는 음식 메뉴를 시켜놓고 보니, 돼지 앞다리살 또는 닭가슴살이 주성분이었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나 마찬가지로, 재료 변경의 효용성 또는 고의성과 무관하게 재료 자체가 바뀐 것만으로도 FDA는 상당히 엄격한 제재를 내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증권가는 최악의 경우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의 연구개발비에 대해 비용처리를 해야할 금액이 상당히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에 대해 2017년(151억원)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320여억원으로 평가하는 과정에서 자산으로 처리했던 연구개발비의 상당부분을 다시 비용으로 변경 처리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인보사의 임상절차에 들어갈 앞으로의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는 제동이 걸리게 된다. 미국에서의 임상취소 문제가 불거질 경우 인보사에 대한 R&D비용에 대한 회계적 손실 반영은 지속해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일이 발생하기 직전, 회계처리를 다시 보수적으로 변경한 이유와 관련해 '주원료가 바뀐 것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코오롱티슈진의 모회사 코오롱생명과학의 실적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인보사의 제조 판매를 담당하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실적과 관련해 핵심 중 하나가 인보사의 '캐시카우' 역할이었다. 인보사의 판매 확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NH투자증권 및 KTB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의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졌다. 인보사의 시술건수가 올해 4000도즈 이상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1도즈당 가격 500만원을 적용해 환산할 경우, 올해 2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식약처 검사결과 및 조치에 따라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관련 올해 매출 타격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고, 코스닥 상장 기업으로서의 '안정성'에 있어서도 경고등이 켜졌다.

코오롱생명과학의 당기순손실은 2017년 14억원, 2018년 191억원에 달한다. 기술특례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4년 연속 적자를 낼 경우 관리종목에 편입되게 되는데, 기대를 걸었던 인보사의 매출 타격이 우려되면서 상장사로서의 코오롱생명과학의 입지도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리스크는 코오롱 그룹이 감당해야할 도덕성 측면의 타격이다.

인보사는 코오롱그룹 오너인 이웅렬 전 회장이 근 20년간 투자한 신약이다. 이 전 회장은 인보사를 '네 번째 자식'이라고 부를만큼 공을 들여왔다. 인보사의 주성분이 변경되는데 있어 고의성이 드러날 경우 코오롱 그룹 전체의 이미지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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