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를 이끌어 온 정성립 사장이 29일 열린 주주총회를 마지막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번 주총은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과정에서 개최돼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는 노동조합과의 마찰이 예상됐지만 별 탈 없이 20분 만에 끝났다.

정 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다동 대우조선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제 19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올해 작지만 단단한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면서 "뼈를 깎는 노력으로 세계 최고의 조선업체로 변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선 물동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친환경 선박 발주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조선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경기 둔화 등 위협요인도 많아 낙관론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또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 실패율을 최소화하면서 비용을 절감하겠다"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활용한 혁신적인 방안과 기술 개발로 원가 절감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급변하는 기술 발전에 신속히 대응하고 환경 규제에 부합하는 친환경 선박을 개발해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워나가도록 할 것"이라면서 "대우조선은 구조조정과 경영정상화를 통해 외형은 회복됐지만 회사의 진정한 자산인 인재들이 많이 떠났기 때문에 무너진 인적 자원 회복에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주총에서는 이성근 조선소장(부사장)과 최용석 대우조선해양 지원본부장을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하는 등 상정된 5가지 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정 사장은 주총이 끝난 후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회사는 잘될 것"이라는 간단한 답변만 남긴 채 주주총회장을 빠져나갔다. 앞서 정 사장은 소임을 다했다는 이유로 사임을 표명한 바 있다. 주총 이후 열릴 이사회에서 이성근 부사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임명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주총에 참석한 신상기 대우조선노조 지회장은 폐회 후 약 5분간 마이크를 잡았다. 신 지회장은 "현장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주주들도 피해자"라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매각 자체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지에 대해 주주들이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주주들은 액수를 떠나 기업과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했을 것"이라면서 "투자한 목적은 분명히 있을 것이고, 성과를 내는 것은 주주들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사태를 보면 대우조선 주식 가치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주주들의 재산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산업은행이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이번 매각에 대해 더 이상 침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현재 대우조선 노조원들은 현대중공업의 실사를 저지하기 위해 건물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 중이다. 몇몇 노조원은 정문 앞에서 피켓을 들고 매각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 노조원은 "실사가 시작되면 가장 큰 문제점은 기술력이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추후 인수가 결렬되더라도 대우조선의 특수선, 군함 관련 기술을 이미 들여다봤기 때문에 전혀 손해 볼 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조원은 "정성립 사장조차 이번 매각에 대해 몰랐다는 말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그러나 산업은행의 태도 등 전후 상황을 파악해보니 사장도 정말 몰랐을 것 같다고 본다"면서 "무조건 매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매각은 어떠한 합당한 기준도 없이 불투명하게 진행되고 있으니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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