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정점에 서다'···현대차·모비스 대표이사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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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과의 '표 대결' 완승···그룹 지배구조 개편 탄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서울파이낸스 서예진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올랐다.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구 회장에 이어 3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또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지분을 보유한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과의 대결에서도 완승을 거두면서 지난해 무산된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 현대차·현대모비스, 배당·사외이사 선임안 모두 이사회 제안 가결

현대차는 2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제 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가 제안한 보통주 기준 1주당 3000원 배당안을 가결했다. 표결 결과 현대차의 배당안 찬성률은 86%, 의결권 있는 주식 대비 69.5%를 기록했다. 

엘리엇은 현대차 이사회가 제안한 배당금의 7배가 넘는 보통주 1주당 2만1967원을 배당하라고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글로벌 양대 의결권자문사인 ISS와 글래스 루이스, 국내 의결권자문기관 등은 모두 엘리엇이 요구한 배당 요구가 지나치게 많아 회사의 성장성을 저해한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의견을 제시했었다. 엘리엇이 제안한 배당안은 찬성률 13.6%, 의결권 있는 주식 대비 11%를 얻는 데 그쳤다. 

현대모비스 주총도 마찬가지 결과였다. 이날 서울 강남구 현대해상화재보험에서 열린 제42기 정기 주총에서는 1주당 4000원 배당안이 확정됐다. 찬성률은 69%였다. 모비스는 보통주 1주당 4000원, 우선주 1주당 4050원을 제시한 바 있다. 

반면 엘리엇은 현대모비스가 제시한 배당금의 6배가 넘는 보통주 1주당 2만6399원, 우선주 1주당 2만6449원 배당안을 각각 요구했다. ISS와 글래스 루이스는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현대모비스도 엘리엇의 배당 요구액이 지나치게 많다는 의견을 내놨다. 

사외이사 선임 건에서도 엘리엇의 제안은 부결됐다. 이날 현대차 주총에서 주주들은 77~90%의 찬성률로 이사회가 추천한 추천한 윤치원 UBS 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과 유진 오 전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등 3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엘리엇이 추천한 존 Y. 류 베이징사범대 교육기금이사회 구성원 및 투자위원회 의장, 로버트 랜들 매큐언 발라드파워시스템 회장, 마거릿 빌슨 CAE 이사 등 3명의 선임안은 부결됐다. 

발라드파워시스템은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해 생산·판매하는 곳으로 수소전기차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현대차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다. 이 때문에 로버트 랜들 매큐언 회장이 사외이사가 될 경우 현대차 수소경제 전략이 경쟁사인 발라드파워시스템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22일 서울 서초구 현대차 본사에서 열린 현대차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원희 대표이사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22일 서울 서초구 현대차 본사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원희 대표이사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모비스 주총에서도 주주들은 이사회가 추천한 브라이언 D 존스 아르케고스캐피탈 공동대표, 칼 토머스 노이만 전 오펠 최고경영자(CEO) 등 2명을 선택했다. 

엘리엇이 추천한 로버트 크루즈 카르마오토모티브 최고기술책임자(CTO)와 루돌프 윌리엄 폰 마이스터 전 ZF 아시아퍼시픽 회장 등 2명의 선임안은 부결됐다. 로버트 크루즈 CTO는 현대모비스와 거래 당사자인 카르마의 임원이기에 이해상충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부적절하단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또한 이사 정원을 늘리자는 엘리엇의 제안도 주총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번 주총에서 엘리엇이 실패한 이유로 '역효과'를 들었다. 고배당을 제안했지만 현대차의 당기순이익의 2~3배가 넘는 수준이며,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것으로 보이는 사외이사 선임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보다는 단기 이익적 시각에서만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인상을 줘 정기 주총의 표 대결에서도 참패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날 현대차 주총장에서도 몇몇 주주들은 "현대차가 제시한 배당안이 마음에 차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회사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주주로서 배당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격이 될 수도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엘리엇의 제안이 역효과를 부른 셈이다. 

◇ '정의선 시대' 본격 개막

이날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엘리엇이 주주제안을 내놓지 않아 반대 없이 승인됐다.

현대차 사내이사로는 정 수석부회장과 이원희 현대차 사장,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 3명이 선임됐다. 

현대차는 정 수석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됨에 따라 이사회를 열어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현대차는 정몽구 대표이사 회장, 정 대표이사, 이원희 대표이사 사장, 하언태 대표이사 부사장 등 4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된다. 이로써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 입사 20년 만에 대표이사에 오르게 됐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현대모비스 주총에서도 사내이사로 선임된 이후 대표이사에 올랐다. 현대모비스도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 박정국 사장 등 3명의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갖추게 됐다.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책임경영' 체제를 완성해 그룹을 본격적으로 이끌어나가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특히 재계에서는 이번 주총은 정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 지배구조 변경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열리는 주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번 주총을 통해 그동안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계획에 반대해온 엘리엇이 예상보다 큰 힘을 갖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고,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주들의 지지를 확인하게 돼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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