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은행들 스타트업 지원은 '쇼잉'일까
[데스크 칼럼] 은행들 스타트업 지원은 '쇼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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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은행을 방문했다. 혁신금융 비전 선포식을 갖고 은행 등 금융권의 벤처·중소기업 지원을 독려하기 위함이다. 전통적 담보보다는 이들 기업의 신사업 아이디어와 기술이 담보를 대신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전 정권에서도 나온 얘기니 실상 새로운 것도 아니다. 문제는 실행 여부와 그 강도일 뿐이다.

이런 기조가 금융위원회 등 당국으로부터 이전부터 메시지가 지속됐다. 그 때문인지 은행은 본업과 무관하게(?)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조직을 만들고 수시로 관련 보도자료 배포 등 홍보활동도 전개했다.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보여주기식'이겠거니 정도 생각하다, 이게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곳은 벤처캐피탈과 IPO 등 자본 시장 등이 있을텐데 이런 쪽에서 모험자본이 잘 흘러가도록 하면 될 것인지 왜 은행들이 이러고 있을까 하는 의문 말이다.

그래서 좀 들여다 보기로 했다. 은행의 스타트업 지원 역할은 대출금리를 깎아주고 창업공간 지원 정도에 그치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었다. 예상은 빗나갔다. 이밖에도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었으며 규모도 적지 않았다.

지난 2015년 3월 가장 먼저 스타트업 지원을 시작한 KB금융지주는 누적으로 지원금액만 159억원이다. 손쉽게 이자 장사한다고 욕을 먹으며 거두는 조 단위 이익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닐 수 있겠지만, 스타트업 지원이 은행 본업이 아님을 감안하면 나름 의미가 있는 수치다. 다른 금융그룹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스타트업 지원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은행들 지원받는 핀테크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수는 늘어난다.

디지털 광속 시대에 잠재적 경쟁자인 호랑이 새끼를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을 수 있지만 은행은 이들 핀테크 스타트업을 지원하면서 자사 서비스의 질을 업그레이드하는 실제 사례들을 만들어냈다. 스타트업은 시장이 생긴 셈이어서 좋다. 서로 윈윈이다.

은행들과 협업하는 이들 핀테크는 벤처캐피탈과 같은 투자사의 주목을 받게 되고 성장단계에 따라 투자를 받는데 우호적 환경을 조성한다. 선순환 고리가 생기기 시작한 셈이다.

문 대통령 발표 이후 제2 벤처 붐 조성과 같이 규제완화 등 스타트업과 벤처기업들 사업환경이 점차 좋아질 분위기다. 실물(특히 벤처·중소기업)과 단절됐다고 평가를 받는 은행들에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은행은 공공재이기에 실물 지원을 하면서도 그 스스로 안전성을 굳건히 해야 하기 때문에 부동산 등 명확한 담보 없이는 금융당국의 각종 가이드라인을 지켜낼 재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은행은 건전성도 유지하면서 스타트업과 벤처·중소기업 지원의 선두에 나서달라는 주문을 받고 있다. 과거처럼 담보 중심이 아닌 기술, 아이디어 등 기업의 성장성과 관련한 것을 담보와 같이 여기고 자금을 대주라는 것이다. 어찌보면 상반되는 두 가지를 해야 하는 상황이고 간접금융 보다는 직접금융(자본시장)에 요구해야 할 상황이 본인들에게 과제로 떨어진 셈이다. 대출 심사 담당들은 은행 내부에서만 성장해 와 기술 등 무형의 가치를 판단해 결정을 내리는 것이 쉽지 않아 난감하다. 조직 내부 업무 프로세스도 이를 지원하지 못했다.

우리 은행들은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 형태로 모습을 갖추고 있어 사실상 은행이 증권 등 모든 곳을 지배하는 구조다. 결국 금융지주 및 은행 중심의 실물 지원, 관련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은행들은 이미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을 지원하고 있었다. 성과도 내기 시작했다. 핀테크 육성을 위해 전담 조직을 만들고 수년 전부터 실행에 옮기고 있다. 벤처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과거와 달리 은행이 그 '연결고리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를 더 살려 벤처와 은행 모두 상생하는 확고한 모델을 만들 때다. 특히 코스닥 기업공개(IPO) 완화와 인수합병(M&A) 활성화 등과 같은 주요 과제가 진전이 없이는, 아무리 은행이 나서도 벤처 생태계는 활성화될 수 없다. 정답은 벤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김무종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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