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사고 발생에 늑장대응하고 원인 축소 '의혹' 제기
공사로 균열 발생···공사 6개월 후부터 지반침하 측정
[서울파이낸스 전수영 기자] 연이은 사고와 비리 의혹으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체면이 깎였다. 신년사를 통해 한 명 한 명이 회사의 얼굴이자 '기업시민'을 실천하는 구성원으로 책임감을 갖아야 한다는 주문도 머쓱해졌다.
지난 18일 대구지검 특수부(박성훈 부장검사)는 공사 수주와 관련해 돈을 주고받은 혐의로 포스코 구매 담장 직원 A(30) 씨와 협력업체 관계자 B(47) 씨를 구속했다. 이들은 2017년 포스코가 발주한 공사 수주와 관련해 수억 원대의 돈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 외에도 금품수수 관련자가 더 있을 것으로 지난 13일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앞서 설 연휴기간 2월 2일 포항제철소에서는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포항제철소 내 부두 하역기에서 근무하던 C(56) 씨가 쓰러져 있던 것을 동료가 발견했다. C 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당시 C 씨의 사고는 사내 '재해속보'를 통해 일부 직원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포스코의 늑장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더욱이 사망자가 충돌 흔적이 없고 외상이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사고사 아닌 심장마비라고 추정했지만 노동청은 하역기가 작동했을 것으로 의심했다. 이 때문에 포스코가 사고 원인을 은폐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최근 광양제철소는 철강 제품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수재슬러그 생산 시설을 등록하지 않고 30여 년간 광양시로부터 고발당했다.
광양시는 광양제철소가 30여 년간 수재슬러그를 생산하면서도 폐수시설과 폐기물처리시설에 대해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운영한 것으로 파악했다. 광양시는 수재슬러그 운송과정에서 도로 등에 흘러내린 침출수가 처리기준 또는 재활용기준 등을 위반했는지에 대해 광양제철소, (주)무창, 서강기업 등을 조사해 책임소재를 따져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포스코건설은 터널 공사로 인해 발생한 균열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발뺌했다가 지반 침하 수치를 제대로 측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지역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지난 19일 <SBS>는 포스코건설이 인천 지역에서 터널 공사를 하면서 공사 현장 인근 학교, 아파트, 교회 등에 균열이 생겼지만 포스코건설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반 침하 수치는 허용치 이내였지만 측정 시점이 공사 시작부터가 아닌 공사 시작 후 6개월이 지난 이후부터였다.
이에 아파트 주민들은 이 같은 포스코건설 자료를 인정할 수 없다며 7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벌이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터널 공사로 인한 구조적 문제가 인정되면 보수공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올해가 시작된 지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포스코 핵심 계열사에 걸쳐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서 안전경영, 투명경영에 대한 의지가 약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최정우 회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기업시민'에 대한 의지가 제대로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포스코 관계자는 "금품 수수 건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 어떤 상황인지 잘 모르겠다"면서 "이 같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미리 인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재슬러그 생산시설은 지난 15일 광양시로부터 폐기물 처리시설로 최종 승인받았으며 수재슬러그 낙수는 환경부에서 폐수가 아닌 침출수로 유권해석을 했으며 침출수 허용기준도 초과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년사는 최고경영자가 한 해 동안 어떤 기조로 기업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이는 임원부터 직원에 이르기까지 같은 걸음을 걸어야 한다"며 "이런 것이 제대로 돼야만 밖으로 보여지는 기업의 이미지가 한결같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CEO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 의지와 별개로 개인적 일탈은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것들도 꼼꼼히 살피는 것이 CEO의 임무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