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국민연금 반대의견 '전패'···지분율 역부족 주총 '반향 無'
[초점] 국민연금 반대의견 '전패'···지분율 역부족 주총 '반향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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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민연금공단)
(사진=국민연금공단)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사전 의결권 행사 등 올해 주요 기업들의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주총 개최 결과 상장사들의 주총안이 대부분 가결됐다. 주총 표대결에서 상장사가 승리하고, 국민연금이 패배하면서 '종이 호랑이'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치열한 표대결이 예상됐던  한미약품, 효성, 기아차, 현대건설, 신세계, 등 올해 대기업들의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이사회에서 올린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지난 12일 23개사 상장사 주총 안건에 대해 국민연금이 1차적으로 의결권 행사방향을 밝혔고, 이 가운데 11개사의 안건에 대해 반대의견을 표명했지만 모두 회사측 안건대로 가결됐다.  

현대건설의 경우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감사위원의 재선임안이 원안대로 주총을 통과했고, 기아차 주총에서 남상구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역시 원안대로 가결됐다. 효성의 주총 역시, 사측이 내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 3명의 선임안 모두 통과됐다.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사측에 비해 차이가 크다는 원론적인 구조 때문이다. 오너가 및 특수관계자의 지분이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사내이사·사외이사·감사·감사위원의 경우 상법상 '보통결의사항'에 속한다. 보통결의사항의 경우 '출석주주 중 50% 이상 및 발생주식 총수의 25% 이상 찬성' 이라는 조건만 부합하면 통과된다. 

'출석주주의 2/3 이상 및 발행주식 총수의 1/3 이상 찬성'이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정관변경·양수도·감자 및 신주인수권발행 등 '특별결의사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사측이 제시한 안건대로 통과시키기 쉽다. 

국민연금이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는 한미약품, 효성의 경우를 살펴봐도 대주주의 지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한미약품은 한미사이언스가 41%를 보유하고 있고 국민연금에 이어 3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지분9.13%)도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고교 선후배라는 점에서, 역시 사측 안에 찬성했을 것으로 보인다. 

효성의 경우 조현준 회장이 지분 54.72%나 보유하고 있다. 기아차의 경우 현대자동차가 35.62%를 보유한 반면 국민연금의 지분은 7.08%에 그친다. 

이처럼 대주주의 압도적인 지분율만 보더라도 이번 정기주총에서 국민연금의 목소리가 힘을 낼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 달리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지분율 차이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이 회사측의 사외이사 선임안을 부결시키려면, 다른 주주들로부터 지지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대기업들이 선임한 사외이사들은 청와대, 판검사, 공정위, 국세청 등 고위직 관료 출신들이 상당수다. CEO스코어의 분석에 따르면 57개 대기업 사외 이사 859명 가운데 전직 관료 출신은 37%에 달한다. 

국민연금이 이러한 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해 반대의견을 내기 시작했지만, 다른 주주들까지 설득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아무래도 '힘있는' 관료 출신을 사외이사로 올리는게 회사의 실리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기타 주주들에게도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12일에 이어 19일에도 SK하이닉스, 한국전력, 호텔신라 등 34개 상장법인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추가로 공시했고 이 가운데 14개 기업의 안건에 대해 반대의견을 밝혔다.

국민연금이 주총안건에 대해 반대의견을 밝힌 기업은 SK이노베이션·셀트리온·키움증권·네이버·코오롱인더스트리·하나투어·대상·한글과컴퓨터·한국단자·SBS·SBS콘텐츠허브·DB하이텍 등으로, 주로 사내·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 및 이사보수한도액 승인안 등이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국민연금의 반대의견이 이들 기업들의 주총에서 역시 별다른 반향을 일으킬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대한항공·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그간 사회적 이슈가 불거진 기업들의 주총에 있어서는 국민연금의 반대의견이 힘을 얻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 대기업 오너들과의 지분율 차이를 극복하고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을 견제하는데 있어 힘을 갖기 위해서는 보다 설득력 있는 명분을 찾아야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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