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형 금통위원 "금융불균형 여전하다"···금리인하 압박 제동
이일형 금통위원 "금융불균형 여전하다"···금리인하 압박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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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간 부채 확대, 부동산 시장 쏠려 주의해야"
IMF "통화정책 '명확히 완화적'" 권고에도 '매파' 입장 고수
이일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사진=한국은행)
이일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이일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완화적 통화정책이 과도한 금융불균형을 유발할 경우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 추세를 하락시킬 수 있다며 매파적 성향을 견지했다. 대내외에서 쏟아지는 금리인하 압박에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이 위원은 지난해 11월 금리인상을 단행하기 전 세 번이나 인상 소수의견을 냈을 정도로 금통위 내에서 대표적인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분류된다. 

20일 이 위원은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불균형'을 주제로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열였다. 이 자리에서 그는 "통화정책적 관점에서 단기적으로 물가압력을 높이기 위한 완화적 통화정책이 과도한 금융불균형을 유발할 경우 저성장, 부채 부담 확대 및 특정 산업 상품의 과잉공급으로 오히려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 추세를 하락시킬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금융불균형은 부채 발생 비용보다 부채 활용에 따른 수익을 과대 전망할 때 발생한다. 집값 상승을 예상하고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가계, 기업이 늘어나며 집값이 뛰는 것이 대표적인 금융불균형 사례로 꼽힌다. 

◆"레버리지 확대→금융불균형 유의해야" = 이 위원은 "레버리지(차입) 확대로 금융불균형이 형성될 경우 레버리지를 통한 단기적인 경제적 편익보다 중기적 비용이 커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도 했다. 금융자산과 달리 실물자산 가치 확대는 실질투자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펀더멘털과 괴리된 실물자산 가치는 낭비적 요소(deadweight) 발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이에 따라 중기적 시계에서 재원 낭비에 따른 생산성 저하로 성장의 하방압력이 커지고 수요측면에서는 부채부담의 따른 소비 위축이 나타나게 된다"며 "생산요소가 과잉투입된 산업의 상품 및 서비스 가격도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금융기관의 금융자산(부채) 수준이 높다는 점에서 금융불균형 누증 가능성을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는 판단이다. 비(非)기축통화국으로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비거주자 자본과 거주자의 해외자본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비금융기관의 금융자산은 주요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 위원은 "특히 최근 몇년간 경제주체들의 레버리지 확대가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고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가계대출, 기업대출, 그리고 임대사업관련 개인사업자대출 등을 통해 부동산 관련 레버리지가 크게 확대된 상황이다. 아울러 보증, 금융상품, 직접금융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금융기관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익스포저(노출도)도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레버리지를 통한 투자비용이 부동산 소유로 인한 실질적인 서비스 혜택의 값을 상회하게 되면 그 차이만큼 사회적 손실이 발생하며 해당 경제주체들에게는 재정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부동산에 대한 과잉투자는 공급이 제한적인 서울 지역에서는 가격 상승과 이에 뒤따르는 가격 재조정으로, 공급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지방에서는 공실률 상승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이 위원은 봤다. 임대사업에 대한 과잉투자는 향후 폐업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통위 대표 '매파' 이일형의 속내는··· =이 위원이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른 금융불균형을 주제로 발언한 것은 최근 시장에서 불거지고 금리인하 요구에 에둘러 반대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미션단은 기획재정부, 한은, 국책 연구기관 등과 연례협의를 열고 "재정정책은 상당한 규모의 추가 경정예산을 통해 더 확장적일 필요가 있고 통화정책은 명확히 완화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IMF의 권고에 시장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대규모 추경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당장 국내경기가 마주한 하방리스크가 그만큼 크다는 것으로, 이에 따라 한은도 금리를 더 내리고 돈을 풀어 경기 부양에 손을 보태는 것이 교과서적인 처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통위 내 대표적 매파로 꼽히는 이 위원은 '거시적인 시점'에서 IMF 미션단의 권고를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반적으로 구조적인 개혁을 짚은 건 IMF뿐 만 아니라 다른 기관에서도 공통점이 있고 학계에서도 합의가 있어 동의한다"면서도 "거시정책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평을 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 위원은 금통위원 합류 직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을 역임했으며 IMF 환란 당시에는 IMF 정책기획국 선임 이코노미스트였다.  

한은 측도 금리인하 논의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융불균형이 누적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거듭하며 금리인하를 "고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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